14개 종교·인권단체, 공동기자회견
김대중 정부의 ‘인권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8․15 특별사면이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양심수 전원 석방을 촉구하는 각계 사회단체들의 활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6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양심수 전원 석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데 이어, 13일에는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상임의장 김정숙), 불교인권위원회(대표 진관스님), 인권운동사랑방(대표 서준식), 천주교인권위원회(위원장 김형태 변호사) 등 14개 종교․인권단체들이 합동 기자회견을 개최, 조건없는 양심수 전원 석방과 준법서약제의 재고를 거듭 촉구했다.
민가협 등은 기자회견을 통해 “과거 양심수로서 악법의 희생자가 되었던 정치 지도자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많은 양심수들이 존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 4개월 동안 190여 명에 달하는 청년․학생들이 공안세력의 무리한 수사로 구속되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김대중 대통령이 과감한 결단으로 양심수를 전원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일본 제국주의가 독립운동가들의 의지를 꺾고 양심을 억압하기 위해 고안해낸 사상전향제가 정부 수립 후 50년이 지나도록 존속하고 있었던 부끄러운 현실이 극복된 것은 분명 인권분야에서의 진일보”라며 사상전향제 폐지에 대해서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준법서약제도가 양심수 석방의 조건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조건없는 양심수 전원 석방은 화해와 인권을 존중한다는 국민의 정부가 마땅히 취해야 할 태도”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준법서약제도에 대해 비판적 자세를 견지하는 것은 △준법서약제 역시 헌법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제도라는 점 △이를 양심수에게만 요구한다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 △과거 군사정권이 생산해 온 수많은 악법들을 지키겠다는 서약을 요구할 수는 없다는 점 등 때문이다.
민가협 등은 “이번 8․15에도 기만적이고 부분적인 사면을 진행한다면 김대중 정부의 개혁정책에 동참하고자 하는 종교․인권단체들을 비롯한 양심세력들의 지지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이후 ‘양심수 석방을 위한 30일 공동 캠페인’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7월 13일부터 8월 15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공동 캠페인에는 △양심수 석방을 위한 기도회 및 목회자 서명운동(기독교) △전국 200개 사찰 동시 법회 개최(불교) △거리캠페인, 집회, 하루감옥체험(민가협) 등이 마련된다.
한편, 민가협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6월 25일 현재 양심수(국가보안법 및 집시법 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는 총 437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