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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히면 발묶인다

안기부, 재야인사 출국봉쇄


8․15 통일 축전이 예정되어 있는 가운데, 재야인사들의 출국이 원천봉쇄되고 있다. 여기엔 안기부가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8일 신병 치료차 중국에 가기 위해 김포공항에 갔던 윤성식(전 사월혁명연구소장) 씨는 갑자기 출국을 제지당했다. 아무런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던 윤 씨는 출국수속 중 ‘출국금지대상자’란 설명을 들으며, 여권을 압수당한 것이다. 윤 씨는 “여권 보관 사유서에는 ‘1A’라는 기호만 적혀 있을 뿐 출국금지 사유를 알 수 없었고, 출국금지 요청기관인 안기부에 전화를 걸었더니 수사상 기밀이라 알려 줄 수 없다는 답변만을 들었다”고 밝혔다.

윤 씨는 15년 동안이나 심장판막증을 앓아왔으며, 한방치료를 받기 위해 중국을 방문하던 길이었다. 윤 씨는 “안기부는 나의 여행동기를 의심하고, 당국 몰래 북측과 접촉 혹은 월북할 수도 있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해 이번 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씨는 또 출국금지에 대한 안기부장의 해명을 요구하기 위해 <한겨레> 신문에 광고를 내려했으나, 그마저 안기부의 압력에 의해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신문사 광고부 관계자에 따르면, 28일 저녁 안기부 손 계장이란 사람이 전화를 해, “윤성식은 중국을 통해 월북할 위험이 있는 요주의 인물로 그런 광고를 내서는 안되며, 만약 광고를 그대로 게재할 경우 신문사 측에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란 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신문 1판에 실렸던 광고는 2판부터 삭제되었다.

또한 최근 뚜렷한 범죄사실도 없이 출국을 제한당한 사람은 윤 씨만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연합 정책위원장 박세길 씨는 아예 여권발급을 거부당한 경우다. 박 씨는 일본으로부터 강연 요청을 받고 지난 20일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여권은 발급되지 않았다. 박 씨는 “여권발급 제한에 안기부가 개입하고 있다”며 “일본에서의 강연 프로그램까지 보여줬는데도 안기부는 계속 북측과의 기습적인 회합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안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한편, 여권발급제한 관련 부서인 법무부 검찰3과의 한 관계자는 최근 범민련 간부와 한총련 학생들 20여명에 대한 안기부의 여권발급제한 요청을 접수한 바 있다고 밝혔다. 제한사유는 8․15 통일대축전과 관련해 범민련 북측본부, 해외본부와 접촉하거나 밀입북할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