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초청 고문반대 국제예술제 등 참가
89년 평양축전 걸개그림을 그렸다는 이유로 구속, 92년 석방된 홍성담(41) 화가가 영국에서 열리는 에딘버러 국제예술제 참가 등을 위해 신청한 여권이 신원조회를 이유로 한 달이 넘도록 발급되지 않아 수사기관의 의도적인 지연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홍 씨를 초청한 국제앰네스티(AI) 영국본부는 4일 “홍 씨의 영국방문과 작품에 대한 언론 등의 관심이 많다”며 안우만 법무장관과 청와대, 영국주재 한국대사 앞으로 항의서한을 보내 즉각적인 여권발급을 요구했다.
홍 씨는 자신의 석방을 위해 노력했던 AI 영국본부 방문과 오는 10일 AI 스코틀랜드 지부 등이 기획한 고문반대 국제예술제에 자신의 작품 30여 점을 출품할 예정이었으며, 12일에는 최근 개관한 글래스고우 시의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축하 전시회에 특별 초청자로 초대되었다.
홍 씨는 지난 7월 4일 광주시청에 여권신청을 했으나 일반시민의 경우 2-3일 정도면 나오는 여권이 같은 달 7일 여권계로 연락한 결과 신원조회를 빌미로 1주일 이상 걸린다는 답변을 받았다. 12일 경 다시 여권계로 연락해 보았지만 담당직원은 며칠씩이나 계속 ‘다음날 전화 연락을 하라’고 반복했다. 결국 홍 씨는 31일 광주시 경찰청 신원조회반에 연락을 한 결과 경찰측으로부터 ‘앞으로 2-3주가 더 걸리겠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이에 홍 씨는 “국보법 관련자들은 만기를 다 채우고 나와도 일반 시민이면 누구나 누리는 권리가 침해당하고 있으며, 공안 기간원들은 이를 빌미로 거래를 요구하고 있다”며 분개해 했다.
홍 씨는 “국보법으로 구속된 적이 있다는 이유로 여권발급이 지연되는 것은 인권 침해”라며 이후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법률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일은 이번만 있었던 것은 아닌데 93년 ‘양심수를 위한 함부르크 재단’ 초청으로 독일 방문때에도 여권을 3개월만에 겨우 발급받을 수 있었다. 당시 홍 씨는 자신을 고문한 2명의 안기부 요원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고소를 한 상태였는데, 안기부는 고소를 취하하면 여권을 내주겠다고 하는 등 요구조건을 내세웠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