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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유령’을 처벌하지

99년 한총련, 구성도 안됐는데 ‘이적’ 낙인

검찰이 아직 구성도 안된 99년 한총련을 미리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나서자, 이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

「민중의 기본권 보장과 양심수 석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18일 성명서를 발표, “한총련 이적규정을 철회하고 대학생들의 자유로운 선거 활동을 보장할 것”을 김대중 정부에 촉구했다. 이는 지난 12일 대검찰청 공안부가 “총학생회장 입후보자가 한총련 노선을 지지하거나 새로 7기 한총련 조직을 구성할 경우 국가보안법 상 이적단체 가입죄를 적용해 전원 구속수사할 방침”이라고 발표한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한총련 출범식을 계기로 이적단체로 규정된 한총련은 정권 교체가 이뤄진 지금까지도 이적단체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97년 5기 한총련의 경우 대법원에서 ‘이적단체’ 판결을 받았지만, 올해 구성된 6기 한총련은 법원의 판결도 없이 공안당국의 잣대 아래 이적단체로 매도되어 왔다. 이에 따라, 단지 한총련 대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수배·구속되는 사태가 되풀이됐다.

검찰의 이번 발표는 내년에도 ‘한총련 혹은 학생운동 죽이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으며, 특히 아직 실체도 활동도 없는 99년 한총련을 미리 이적단체로 규정함으로써 국가보안법 적용의 자의성을 여지없이 드러내 주고 있다.

현재 각 대학에서는 학생회 선거가 한창인 가운데, 한총련에 비판적인 입후보자들 역시 검찰의 발표에 대해 “얼토당토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에 입후보한 윤지혜(사회교육과 4학년) 씨는 “한총련은 학생회 연합체 질서인데, 당국은 학생회도 건설하지 말라는 건가?”라며 분노를 터뜨렸다. 정병도 현 서울대 총학생회장도 “김대중 정부가 한편에선 인권위원회를 만든다고 법석을 떨면서, 다른 한편에선 학생운동에 대한탄압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며 정부 인권 정책의 이중성을 비판했다.

이같은 검찰의 ‘한총련 죽이기’에 대해, 총학생회장 후보인 박경렬(사회학과 4학년) 씨는 “한총련에 대한 지지 유무를 떠나 학생운동 전체의 공동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올해 서울대 총학생회 정책국에서 일했던 한 학생은 “이와 같이 비상식적인 탄압이 계속될 경우, 한총련 이적 규정에 대한 헌법소원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