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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엉터리 신원기록에 멍든 시민

담당 경찰서, 기록 공개·수정 거부

멀쩡한 시민이 정부의 공문서 상에 ‘정신 이상자’로 기록돼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투쟁을 몇 달 째 벌여오고 있다.

성남에 사는 이철용(34․성남건설일용노조 조합원) 씨는 지난해 여름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기 위해 동사무소를 찾아갔다가 자신에 대한 신원조사회보서에 특이한 사항이 기재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성남남부경찰서가 작성한 이 회보서에는 “97년 6월 머리를 다쳐 입원 후 퇴원, 정신이 이상한 자로 수시로 집을 가출하고 있으며, 현재 기거치 않고 있음”이라는 엉뚱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던 것이다.


멀쩡한 시민이 ‘정신이상자’로

이 씨는 97년 6월 서울시내에서 한총련 시위를 구경하던 중 시위대로 오인돼 전투경찰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한 바 있으며, 그 후 폭행후유증으로 머리에 통증을 앓아오고 있지만, 정상적인 생활을 계속 유지해 왔다. 또 자취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연락이 닿기 어려운 점은 있었지만, 회보서의 내용과 같이 “수시로 집을 가출”하거나 “주거지가 없는” 처지는 아니었다.

따라서 이 씨는 성남남부경찰서 정보과를 직접 찾아가 자신에 대한 신원조회 내용을 수정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12일 이 씨는 재차 성남남부경찰서로 연락해 신원조회 내용이 수정되었는지를 문의했으나, 경찰은 확인을 거부했다. 담당 형사는 “이 씨에 대한 입원기록이 있고, 담당의사도 ‘머리가 아프고 회복이 안됐을 것’이라는 소견을 보였기 때문에 그같은 신원조회서를 작성하게 됐다”며 “이철용 씨가 이미 원하던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는데 이제 와서 무슨 문제가 있냐”고 반문했다. 담당 형사는 “신원조회 내용이 없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가 다시 “뒤져봐야 안다”고 번복해가며 신원조회 내용의 변경 여부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이 담당 형사는 “행정기관 사이에만 오가는 신원조회이기 때문에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강변했지만, 본인에 대한 잘못된 기록으로 인해 언제 어디서 누가 예기치 못한 피해를 입을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또 본인에 대한 공식기록조차 열람하거나 수정하기 어려운 행정을 투명하게 개선하는 방안도 시급히 요구된다.

한편, 이철용 씨는 자신의 신원조회 내용이 수정되지 않자, 지난해 8월 담당 형사를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수원지방검찰청에 고소하기도 했으나, 검찰로부터 각하 처분을 받았다. 이 씨는 “신원조회 내용을 수정하려면 행정소송을 해야한다는데 공무원들이 잘못을 했으면 스스로 고쳐야지 왜 내가 책임을 져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