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정부․여당이 지난 22일 당정협의를 통해 인권법 최종안을 기습적으로 확정 발표한 것과 관련, 인권․시민단체들은 26일 오전 여의도 국민회의 당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강력한 규탄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이날 집회엔 31개 민간단체로 구성된 ‘인권법 제정 및 국가인권기구 설치 민간단체 공동추진위원회’(공추위) 소속 활동가 약 90명이 참석했으며, 노동․장애인․동성애자․유가족단체 대표들이 잇따라 규탄발언에 나섰다.
곽노현 공추위 집행위원장은 “어떻게 인권법을 만들면서 인권단체들과 한마디 상의조차 없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는 인권단체들의 협력과 참여를 유도하기는커녕, 냉대와 배제로 일관해왔다”고 비판했다. 허영춘 유가협 의문사지회장은 “당정협의를 통해 발표된 인권법안은 껍데기뿐인 인권위를 만들어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으며, 임태훈 동성애자인권연대 공동대표도 “정부는 온갖 생색만 내고 있을 뿐”이라고 비난했다.
당정간의 날치기 합의에 대한 분노가 컸던 만큼 발언의 수위도 높아갔다. 이상영 충북대 교수(법학과)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모두 저버린 김대중 대통령이 이제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권좌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김정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장은 “기대를 품어왔던 김 대통령에게 이제 직격탄을 날려야 한다는 것 자체가 가슴아프다”고 말했다. 임기란 민가협 공동의장은 “인권위원회를 국민의 품으로 돌리고 법무부를 쓰레기통에 처박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민주노총의 허영구 부위원장은 “이제 현장노동자들에게도 인권위 문제를 적극적으로 선전해 투쟁을 조직하겠다”고 밝혔다.
각 단체 대표들의 연설에 이어 참석자들은 조세형 총재권한대행과의 면담을 위해 당사 진입을 시도했으며, 이를 저지하는 전경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오후 3시 공추위 대표단 10여 명은 장영철 정책위 의장과 남궁진 제1정조위원장, 추미애 제2정조부위원장 등 국민회의 당직자들과 면담을 갖고 날치기 인권법 최종안 확정에 대한 강력한 항의를 전달했다. 그러나, 국민회의 당직자들은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했다”고 변명하며 “당정협의를 번복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자리에서 국민회의측은 조만간 당․법무부․민간단체가 참여하는 공식적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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