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행동수칙' 누명 씌워 구속
파업에 참가했던 지하철 노조원에 대해 이른바 '왕따 마녀사냥'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경찰은 있지도 않은 '왕따 행동수칙'을 만들어가며 파업참가자들에게 '왕따 가해자'라는 누명까지 씌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하철공사 수서승무지회 소속 조합원 김춘식(수서지회장 직무대행) 씨등 2명이 "비노조원을 '왕따'시키는 행동수칙을 작성, 노조 사무실 부근에 부착하고 이를 노조원들에게 교육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행동수칙은 파업 전날인 지난달 18일부터 최근까지 부착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어 '왕따 행동수칙'으로 △인사 안하기 △말 안하기 △근무 바꿔주지 않기 △시비걸기 △째려보기 △밥같이 안먹기 등 13개 항목의 왕따 행동수칙이 있다고 공개했다.
그러나 경찰의 주장과 달리, 구속된 김춘식 직무대행 등은 왕따 행동수칙을 부착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 노조관계자 및 관리자측의 일관된 증언이다.
오히려 승무소장 등 관리자측에서 '왕따 예방'이라는 취지 아래 '왕따 사례' 10여 가지를 지난 4월 28일 게시물로 부착한 사실이 확인됐다.
신덕선 승무소장은 "파업전날인 18일부터 부착됐다는 행동수칙을 본 일이 없으며, 조합원들이 '왕따 행동수칙'을 교육한 사실도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신 승무소장은 또 "파업이 끝난 뒤 언론에서 '왕따' 문제를 거론하는 것을 보고, 비참여 노조원 보호 차원에서 '왕따 사례' 열 몇가지를 게시판에 부착한 사실이 있지만, 김춘식 지회장이 철거를 요구해서 곧바로 뜯어버렸다"고 밝혔다.
김춘식 씨등 구속된 조합원 2명은 지난달 30일 운행중인 3호선 전동차 기관사실에서 기관사 정 아무개 씨에게 "왜 특전사 요원에게 핸들을 맡기느냐"며 항의했다가 수서역에서 내리자마자 경찰에 연행됐다.
그러나, 경찰 조사과정에서 느닷없이 '왕따' 혐의가 추가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철도법 위반죄를 적용했다.
신 승무소장은 "철도법상 '열차운행방해' 죄가 있지만, 이번 일은 차를 세웠다거나 시민에게 불안감을 조성한 것도 아닌 일"이라며 "크게 업무방해된 것도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신 승무소장은 또 "파업이 끝난 뒤 현장에서 벌어진 일들은 '왕따'라기 보다 사소한 갈등"이라며 언론의 과장보도 때문에 이 문제가 더 증폭된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