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대한성공회 나눔의 집/ 제작 푸른영상/ 감독 김동원/ 시간 42분/ 2만 5천원/ 구입문의 02-823-9124
가난을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디지털 6mm 카메라에 잡힌 행당동 철거민들은 가난이 부끄럽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술 더 떠 가난이 고맙다고 말한다. 왜일까?
성난 파도같이 찌푸리던 흑백 사진 속 장년의 얼굴위로 주름살 난 중년의 넉넉한 웃음이 겹쳐진다. 가난의 질긴 대물림 속에 태어나 산동네 허름한 집에서 살다가 철거민이 된 장년. 이 집에서 쫓겨나고 나면 더 이상 갈곳이 없단 생각에 철거싸움을 시작해 경찰서 드나들기를 제집처럼 했다는 행당동 주민들은 3년 동안의 철거싸움을 마치고 이제는 한 마을의 어엿한 주민이 됐다. 한 명의 낙오도 없이 가 이주단지에 입주해 송학마을을 만들고 그들 모두가 출자한 돈으로 생산협동조합과 신용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지역 공동체를 꾸려나가면서 이웃은 친척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 되었고 명절 떡국도 한 상에 차리는 사이가 됐다. 주머니에 무엇인가 있었다면 자신의 삶을 찾아 헤어졌을 사람들이 가난이라는 토양 속에서 삶의 보금자리를 찾고, 행복을 찾고, 서로와 자신을 찾은 것이다.
이 작품 속에서는 갈등의 모습을 찾기가 어렵다. 타지역 철거민들에게 공동체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주고자하는 기획의도에 따라 편집과정에서 삭제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동원 감독은 기록영화가 꼭 객관적일 필요는 없으며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희망이라는 관점과 그 속에 베어있는 감동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 여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