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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대법원, 영남위 일부 파기환송

진술자 인정 없는 디스켓 증거능력 없어


이적단체혐의로 2심에서 유죄가 확정된 ‘영남위원회’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일부 원심파기와 상고기각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형사 2부(주심 정귀호 대법관)와 형사 3부(주심 변재승 대법관)는 3일 영남위위원회 사건 상고심을 열고 재판과정에서 유죄입증의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컴퓨터 디스켓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디스켓에 수록된 문서들이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에 의해 성립됐다는 사실이 증명된 바 없어 위 내용을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디스켓 상의 문서들이 증거로 채택돼 유죄가 성립된 이은미(울산여성회 준비위 회장), 정대연(을산연합 회원) 씨 등의 사건은 원심이 파기되고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내졌다.

또한 재판부는 증거로 제출된 비디오 및 녹음테이프에 대한 증거능력도 부인했다.

비디오 촬영의 경우, 사안의 시급성을 이유로 허가 없는 촬영을 용인했으나 “제출된 비디오 테이프 및 그 내용 일부가 현상된 사진만으로 피고인들의 이적 찬양, 고무, 동조의 범죄 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녹음테이프에 대해서도 도청이 신고된 기한과 대상을 초과했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창현 동구청장, 유죄 확정

그러나 재판부는 김창현 (전 울산동구청장), 박경순(늘푸른서점 대표), 방석수(전 민주노총 울산본부 교육선전부장) 씨 등에 대해서는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영남위원회는 폭력적 방법의 정부 전복과 새정부 수립을 위한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하는 반국가단체라고 보긴 어려우나 북에 동조해 북의 사상을 선전, 전파하고 있고 조직의 노선과 체계 등에서 국가 보안법 상 이적단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영남위원회 활동이 인정된 김창현 씨에게는 징역 2년이, 박경순 씨와 방석수 씨에게는 각각 징역 7년과 4년의 원심이 확정됐다. 김창현 씨는 이로써 울산 동구청장직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게됐다.


인권이사회 제소 계획

김창현 씨에 대한 원심확정 판결이 나오자 「국가보안법 철폐와 김창현 동구청장 및 영남위 사건 구속자 무죄석방을 위한 울산시민대책위원회」와 「국가보안법 철폐와 김창현 동구청장 무죄석방을 위한 동구주민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동일사건에 대한 상고심 기각과 원심파기라는 판이한 결과는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상고심 기각을 규탄했다.

대책위는 또한 “헌법에 보장된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국가보안법으로 속박해 증거를 조작하고 부풀려 정치탄압을 일삼는 현정부와 그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사법부의 모습에 분노한다”며 “이 사건을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소”할 계획을 밝혔다.

영남위원회 사건은 지난해 7월 부산 보안수사대가 김창현 울산동구청장 등을 비롯한 부산․울산 지역의 노동․ 재야 활동가들을 반국가단체혐의로 긴급구속한데서 시작됐다. 이후 검찰은 김창현 씨 등 15인을 반국가단체혐의로 구속기소했는데 2심에서는 이적단체로 공소내용을 변경해 위 사건이 조작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왔다. 또한 무리한 도․감청 행위와 수사과정에서의 가혹행위 등으로 인권단체들의 광범위한 비판을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