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모녀살해사건 관련
치과의사 모녀살해 사건의 피의자 이도행 씨를 생각하는 미사가 6일 오후 7시 서울 명동 전진상교육관에서 열렸다.
「이도행을 생각하는 모임」(대표 김영옥 신부)과 천주교인권위원회가 공동주관한 이번 미사에는 이돈명 변호사를 비롯해 약 80명의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으며 김수환 추기경이 직접 집전했다.
미사를 집전한 김 추기경은 “국가가 한 인간의 생명을 앗아갈 때에는 반드시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확실한 물증 없이 정황증거만으로 억울하게 죄인이 된 이들을 위해 지난 8월에 결성된 「이도행을 생각하는 모임」은 “부인과 딸을 잃은 고통을 위로받긴 커녕 거꾸로 부인과 딸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고통받는 이 씨를 보며 사법부의 ‘증거재판주의 원칙’이 견지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미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지난 95년 아내와 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는 사형을, 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하지만 대법원 형사2부(주심 이용훈 대법관)는 지난해 11월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은 간접증거만으로도 충분하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 씨에 대한 재판은 오는 10월 재개될 예정이다.
<해설>
‘치과의사 모녀살해사건’에 있어 간접증거를 인정한 대법원의 판단은 사법사상 가장 참혹한 판결이라는 지탄을 받으며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대법원은 재판과정에서 “정황증거만으로 유죄입증이 가능하다”며 간접증거를 증거로 채택했다.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이 씨는 이 판결로 인해 다시 재판정에 서게됐으며 그간 사법부의 대원칙으로 여겨져온 ‘검사의 유죄입증 원칙’(검사가 제시하는 증거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경우에만 유죄로 인정한다)은 무참히 파기됐다.
결국 유죄를 입증해야할 검사의 책임은 방기되고 ‘열 사람의 죄인을 놓치더라도 단 한사람의 억울한 죄인 발생을 막아야한다’는 사법부의 인권보호원칙이 깨어진 것이다. 반대로 피고인은 스스로 무죄를 증명해야할 처지에 놓이게 돼 이를 증명하지 못할 시 기약없는 감옥살이를 할 수밖에 없게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