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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진실규명과 국가의 사과부터

이근안 사건 처리 인권의 원칙에 맞게


고문경관 이근안(61)씨가 수배 11년만에 갑자기 자수한 사건을 계기로 이씨 사건의 처리 문제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30일 이씨를 고소했던 현 새정치국민회의 김근태 부총재 사건의 경우는 공소시효가 완료되었고, 남북어부 김성학 씨 사건은 재판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검찰 차원의 수사는 필요치 않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이 씨가 행한 고문사건의 진상은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의 원칙에서 볼 때 검찰의 이런 태도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먼저, 이씨 사건에서는 공소시효와 상관없이 철저하게 진실을 밝히는 일이 중요하다. 철저한 진상규명에는 단지 이씨의 고문행위만이 아니라 당시 이씨에게 고문을 지시했거나, 고문 사실을 은폐했던 관련자들을 밝혀내는 일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이씨의 경우 소속은 경기도경 공안분실이었지만, 중요한 공안사건에서 고문을 담당했던 만큼 당시 관계기관대책회의에 참가했던 정부 부서의 관계자들의 이름과 행적 또한 낱낱이 밝혀야 한다.

다음으로 이씨 관련 사건만이 아니라 과거의 모든 고문 사건에 대한 신고센터를 마련하고, 신고된 사례들에 대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국가 차원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 이는 지난해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50년대의 핵 생체실험을 국민 앞에 사죄하고, 로마 가톨릭 교황청이 나치 시대의 교회의 잘못을 사죄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런 국가적 반성을 통해 과거와 단절하고, 앞으로는 어떤 고문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일이 인권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또, 육체적, 정신적인 고문후유증에 고통받는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원상회복을 위한 국가적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 배상에는 후유증 치료를 위한 치료와 정신적, 물질적 배상이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이다.


공소시효 최대 걸림돌

그리고 원칙적으로 고문 가해자와 그를 사주한 세력들은 고문방지조약에 의해 공소시효의 적용없이 지금에라도 처벌할 수 있어야 하며, 만에 하나 이씨 등의 고문에 의한 공적으로 진급, 현 정부에서도 공직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추방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법적 현실에서는 이런 원칙이 받아들여지기는 매우 어렵다. 지난 95년 함주명씨 등 고문 피해자 66명이 과거 고문 피해를 들어 고발했지만, 검찰은 이를 불기소했고, 이어 헌법재판소마저 이들의 헌법소원에 대해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각하하고 말았다. 고문방지조약의 원칙보다 하위법에서 규정한 공소시효의 원칙을 우선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문의 근절을 위해서는 고문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인권단체들 간에 광범위하게 공감대를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