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불법연행 손해배상 판결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은 연행은 명백한 불법임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나아가 연행혐의와는 무관한 사안만을 조사하는 행위 역시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 1부 자(대법관 지창권)는 8일 김낙규(32, 중앙대 졸) 씨 등이 제기한 경찰의 불법연행과 강제구금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공판에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리가 현행범인을 체포하는 경우 피체포자에 대하여 범죄사실의 요지,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말하고(미란다 원칙 고지) 변명의 기회를 준 후가 아니면 구속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또 "경찰이 화염병 보관 혐의로 김 씨 등을 체포했다고 주장하지만 경찰조사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은 채 8.15대회 참가 여부만을 조사했다"며 "이러한 연행과 구금은 정당한 공무집행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씨 등 16명은 96년 8월 모교인 중앙대학교 과방과 동아리방 등지에서 잠을 자던 중 시위용품의 압수수색을 위해 학교 안으로 진입한 경찰들에 의해 화염병을 보관한 혐의로 연행됐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이들에게 혐의 사실과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았을 뿐더러 경찰조사시엔 96년 연세대에서 열린 8.15대회에 참가했는가를 추궁했을 뿐 화염병 보관에 관해서는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았다.
이번 소송을 통해 50만원의 손해배상을 받게된 허동준(33, 91년 중앙대 총학생회장) 씨는 "관행화된 경찰의 인권유린 행위에 일침을 가하는 판결이었다"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이어 허 씨는 "불법연행 및 구금, 검문에 대한 법원의 계속되는 제동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행동엔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 같다"며 "경찰에 대한 인권교육과 사고전환이 급선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