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시그네틱스 여성노조원 7명은 지난 2일 있었던 경찰의 알몸수색과 관련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대법원의 위법 판결이 내려진 이후, 또다시 경찰의 무리한 알몸수색이 반복된 것이어서 더욱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2일 여성노조원들은 여의도 한국산업은행 앞 집회 중 구로경찰서에 연행돼 유치장에 입감되는 과정에서 속옷까지 모두 벗고 앉았다 일어서기 등 알몸 수색을 당했다. 담당 여경은 정모 씨가 "이렇게까지 해야되냐"며 항의했으나, '절차'라며 일축했다. 또 한 노조원이 생리 중임을 호소했으나, 이 역시 전혀 감안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조모 씨는 "잘못도 없이 경찰서에 잡혀간 것도 기가 찬데, 알몸 수색까지 당해 처음엔 말하기 싫을 정도로 수치스러웠"고 "다른 사람들도 경찰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이런 수모를 당하겠거니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대법원, 무리한 알몸검신 위법 판결
지난 해 10월 대법원은 이와 유사한 사례에 대해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성남남부 경찰서에서 알몸수색을 당한 김 모 씨 등이 낸 국가배상청구사건에 대해 "신체검사는 명예나 수치심 등 수용자의 기본권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이들은 흉기를 몸에 지니고 있었을 가능성이 낮고, 경찰이 알몸검사 말고는 흉기를 찾아낼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도 보여지지 않으므로 행형법의 범위를 넘어선 위법한 행위"라고 밝혔다.
또한 경찰이 알몸 신체검사의 근거로 제시하는 경찰청 훈령 제258호 피의자 유치 및 호송 규칙에 대해, 당시 대법원은 "행정조직의 내부명령에 불과하다"며 "이에 따른 처분이라고 해서 당연히 적법하다고는 볼 수 없으며 적법성 여부는 행형법의 규정과 취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고 법적 한계를 분명히 했다.
이에 당시 경찰청은 "알몸수색이 문제가 된 이후 알몸신체검사의 근거가 되는 경찰청 훈령 제258조를 두 차례 개정, 살인․강도․강간 등 중범죄 피의자에 대해서만 가운을 입힌 채 정밀신체검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일선경찰서에서는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알몸수색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오전 11시, 윤재옥 구로경찰서장은 유치장 알몸수색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경찰서를 방문한 민주노총 서울본부, 민중연대, 민주노동당 등 사회단체 대표자들에게 "규칙대로 한 것이며 문제가 없다"고 말해 더욱 피해자들의 분노를 부추겼다.
한편, 여성노조원들과 사회단체 대표들은 △불법 알몸수색을 자행한 구로경찰서장과 해당 경찰관의 중징계 및 사과 △불법 유치장 알몸 신체검사 관련 경찰청 훈령 제258호 폐지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경찰청에 요구하고, 이에 대해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경우 이 달 17일부터 경찰청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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