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절차 무시한 연행은 불법"
<편집자 주> 대법원은 지난 8일, 경찰이 합리적인 정황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임의동행의 절차와 요건을 준수하지 않은 채 피의자를 연행한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경찰의 관행적인 불법 연행과 불심검문에 쐐기를 박은 이번 판결을 소개한다.
대법원 제 1부
사건 : 98다57259 손해배상(기)
원고 : 허동준, 김낙규 외 14명
상고인 : 대한민국
주문 :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 원심은 노량진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1996. 8. 28. 05:00경 중앙대학교 학생회관에서 화염병 등 시위용품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기 위하여 완전무장을 한 채 진압봉을 들고서 학생회관에 진입하여 학생회관 내의 동아리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원고들(원고 허동준을 제외)을 강제로 나오게 한 후 벽을 향하여 세워 놓은 채 위 동아리방 등을 수색한 후 위 원고들에게 연행이유나 연행장소 등에 관하여 아무런 고지도 하지 아니한 채 위 원고들을 경찰버스에 강제로 태워 노량진경찰서로 연행하였고 당시 우연히 중앙대학교 정문 앞을 지나다가 수위실에서 경찰 진입 경위를 물어보고 있던 원고 허동준을 강제로 노량진경찰서로 연행한 후 원고들에게 신분증을 제출하게해 자신의 인적사항을 적게 하고 노량진경찰서 건물 5층 무도실에 원고들을 구금한 다음 1996. 8. 28. 11:00경부터 원고들을 지하실에 있는 수사과로 데리고 가 원고들이 연행당시 왜 그곳에 있었고 연세대학교에서 개최된 8.15행사에 참가한 적이 있는가에 관해 조사를 하고 같은 날 12:00 무렵 원고들을 석방한 사실을 확인한 바 이러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경찰관들이 화염병을 보관한 현행범이라고 볼 수 없는 원고들을 체포, 구금한 행위는 긴급구속 또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불심검문)의 임의동행의 절차와 요건(편집자 주 -연행 및 체포이유 고지(영장 제시), 변호인 선임기회 고지)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였음을 알 수 있는 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이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 와 같은 현행범, 긴급구속 및 임의동행의 요건 및 절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모두 이유없다.(중략)
2000. 2. 8
재판장 대법관 서성, 주심 대법관 지창권
대법관 신성택, 유지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