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장관 얼굴이라도 보고 사과라도 받아야지 안 그러면 절대 내려갈 수 없습니다." 잘못 투하된 폭탄에 의해 머리가 박살난 16살 소년과 폭격으로 즉사한 임신 8개월의 주부. 폭음으로 인한 정신장애로 한 마을에서만 자살한 사람만도 30여명…. 지난 51년 8월 매향리(경기도 화성군)가 미공군 폭격 연습장으로 지정된 이래 매향리 주민들은 오늘날까지 살아남기 위한 전쟁을 치루고 있다. 그리고 27일, 매향리 주민 5백여 명은 폭격 중단을 촉구하며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국방부 앞에 모였다.
"비행기가 뜨면 유리창이 깨질 정도예요. 임신기간에는 아예 매향리에서 살 생각은 버려야해요." (고혜숙, 51) "폭음소리에 주민들이 목소리가 하도 커져서 객지 사람들이랑 전화통화를 하면 화를 내거나 시비를 거는 걸로 알아듣기 십상이죠. TV 시청이요? 말도 마십시오. 하루하루가 이런 전쟁통인데 다른 일상은 오죽하겠습니까?"(우종근, 49)
지난 50년간 국가안보란 미명 하에 말 한마디 못하고 공포에 떨며 살아야만 했던 이들은 가슴에 맺힌 한을 풀어내며 "국방부 관계자들이 매향리에 와서 살아봐야 그 고통을 알 수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집회참가자들은 대부분이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와 할아버지였지만 이들은 "죽을 때까지 이 투쟁을 끝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집회에는 국방부 관계자는 물론 단 한 명의 미군 관계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고, 오직 전투경찰 6백여 명이 동원돼 이들을 에워쌀 뿐이었다.
미 폭격장으로 인한 매향리 주민들의 소음피해관련 손해배상 소송 1심 선고재판은 29일 오전 10시 서울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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