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랍답게 살렵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순 없어요. 이 싸움으로 콩밥 먹게된 동료만 해도 6명인데, 이제 와서 내 살길만 찾겠다고 도망치면 그게 짐승이지 사람입니까."
21일, 가물었던 대지를 적신 빗줄기에 사람들은 반가워했다. 하지만 의정부역 광장 앞에 마주앉은 50-60대의 남자들은 밤새 내린 비 때문에 한숨도 자지 못한 얼굴이었다. '시설관리공단으로의 위탁반대와 비리사실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며 역 광장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의정부환경미화원들의 모습이다.
'저비용, 고효율'을 내세워 폐기물 담당사무가 시설관리공단에 위탁된 것은 지난해 7월의 일이었다. 월급은 대폭 삭감되고 노동조건은 날로 악화돼갔다. 이에 노조를 결성하고 시작한 싸움이 258일에 이르게 되었다. 게다가 시와 시설관리공단측이 임금의 일부와 야간수당 등을 횡령한 의혹마저 제기되었다. '사실 규명"을 요구하는 파업에 대한 시와 시설관리공단의 응답은 대체인력의 즉각 투입이었다.
그 동안 6명의 조합원이 구속됐고, 그 중에는 4살, 6살밖에 안 된 자식을 남겨둔 채 부부가 함께 구속된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다. 시에서는 이들을 "일은 안 하면서 월급 올려달라며 시위하는 속물들"로 선전하고 있다.
빛 바랜 작업복의 윤준근(49)씨는 "비리를 저지르는 놈들은 하나도 잡아넣지 않으면서 우리가 항의하면 업무방해다 뭐다 해서 집어넣는다"며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다는 게 이렇게 서러운 일인지 몰랐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나 이내 그는 환한 얼굴로 덧붙인다. "정의는 언제나 이긴다면서요, 우리의 요구가 무리한 것도 아니고 당연한 건데, 그렇다면 잘 해결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