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6/사회진보연대 불안정노동연구 모임 지음/문화과학사 펴냄/304쪽
최근 경찰에 대거 연행된 롯데호텔 노동자들의 요구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였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요구는 다른 노동현장들에서도 주요 현안이다. 이는 IMF 위기 이후 노동의 양상이 변화한데 따른 것이다. 비용절감을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에서 쫓겨나고 있고, 임시직․일용직․시간제․하청․용역노동자 등의 비율이 급속히 증가했다. 나머지 노동자들도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임금삭감, 노동강도의 강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결국 이같은 노동의 불안정화는 '일하는 빈민'의 증가란 기이한 상황을 빚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때마침 '노동의 불안정화'의 원인과 유형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이 책은 오늘날의 불안정화 경향이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적 현상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근본원인을 자본주의의 금융화로 진단한다. 금융 및 서비스 부문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변하면서 '안정적인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고 '고용 없는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만 보더라도 금융선진화를 기치로 조만간 단행될 구조조정은 또 한차례의 대규모 정리해고를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새롭게 형성되는 서비스 부문의 경우, 예외적으로 성공한 소수를 제외한 다수는 저임금과 불규칙한 노동시간에 시달리고 있다. 이 책에는 이같은 불안정 노동자 집단의 유형별 실태가 구체적 사례와 통계자료 등을 통해 묘사되어 있어 한층 이해를 돕는다.
마지막으로 필자들은 불안정노동자 개개인의 보호에만 치중하는 방식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스스로의 단결권 행사를 통해 '대기업-정규직-남성노동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보장되었던 노동권이 보편적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