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시위대 도로사용료 찬반조사
경찰이 집회․시위의 권리에 대한 흠집내기를 계속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에도 '폭력 시위가 경찰청의 평화적 시위 관리 정책을 위협한다'는 식의 유도성 설문 조사로 네티즌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이런 경찰청이 최근에는 '도심에서의 차로 행진에 대한 의견 조사'를 실시하면서 집회․시위의 권리에 대한 천박한 인식을 또다시 드러냈다.
최근 경찰청은 홈페이지(http://www.npa.go.kr)에서 '도심에서의 차로 행진에 대한 의견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경찰청은 이 의견조사에서 "장시간 차로를 사용, 교통 혼잡을 가중시키는 경우 도로사용료를 징수하는 방안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으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취지임을 숨긴 채 곧바로 '찬․반'을 묻고 있다. 하지만, 이 의견 조사의 하단부를 보면 민주노총 집회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사진 등이 첨부되어 있다.
이 의견 조사를 하고 있는 경찰청 관계자는, "요즘 연이은 집회로 인해 선량한 시민들이 교통 체증 등으로 피해를 받고 있다"며 "공익적 차원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 의견 조사를 실시하게 되었을 뿐 다른 뜻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경찰청의 의견 조사는 분명히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겠다는 의도로 하는 것"이라며 "집회를 보호해주지는 못할 망정, 하겠다는 집회도 막으려는 이 경찰이 어느 나라 경찰인지 모르겠다"고 힐난했다. 손 씨는 "돈을 내고 행진을 하게 된다면 결국 '부자'들만 행진을 하게 되겠다"며 "경찰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의 취지를 오해하는 모양"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 의견 조사에 대해 장호순 교수(순천향대 신문방송학)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정부가 최대한 보호를 해주어야 한다"며 "대중 집회가 타인의 권리를 부득이하게 침해할 때 당국은 그것을 적절히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필요하지 도로 사용료를 매긴다는 발상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김기중 변호사도 "경찰이 집회 자체를 '범죄 행위'로 보는 것 같다"며 "교통 체증이라는 미시적인 가치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사회 효용의 촉진이라는 공익적인 가치를 우선해줄 것"을 당국에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