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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너무도 기막히고 억울하고 서러웠다"


이 은(호텔롯데 잠실 면세점)
- 맞춤법 등 고려않고 원문 그대로 게재: 편집자 -


계속되는 연막탄, 섬광탄, 공포탄 등으로 인해 숨이 막혀 몇몇 남자동지가 "뚫렸습니다. 뚫렸으니까 시키는 대로 하십시오. 반항하면 맞습니다. 시키는 대로 하고 앉으세요"하는 말과 동시에 계속되는 연막탄과 함께 하얀색 하이바(헬멧)을 쓴 거구의 특공대(?)가 들어왔고 쇠파이프가 휘둘러지면서 그 위에서 말하던 남자 동지가 개패듯이 맞았고 그걸 보고 소리지르는 여직원들에게도 몽둥이 세례는 가해졌다. "야. 이 새끼들아. 니네 죽고싶어? 대가리 박아. 대가리 드는 새끼 다 뽀개 버릴꺼야 이 새끼야." "내가 니 새끼들 때문에 36층까지 걸어왔어" 등등과 함께 군화발로 차고 몽둥이로 때리고. 남자들은 거의 개패듯이 팼고 우리는 흐느낄 수조차 없었다. 또 다시 몽둥이가 가해질까봐 ․․․.

한쪽 구석으로 몰린 상태에서 곁에 있던 여성동지에게도 군화발 세례와 몽둥이는 가해졌다. 대부분의 여자들이 등에 가방을 메고 있었기에 상처가 덜 났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많이 다친 사람도 속출했을 것이다. 하여튼 다른 ROOM에서도 진압이 끝났는지 오리걸음으로 큰 ROOM으로 이동했다. 그 사이에 복도에 쓰러져 피범벅이 되어있는 남성동지를 보았지만 손길조차 뻗어보지 못한 채 몽둥이와 군화발에 의해 이동되었고 그 큰 ROOM에는 대부분이 여자들이었다.

그 중에 끼여있던 남자들은 무자비하게 끌려나갔고 욕은 계속되었다. 누군가 "허리 아프다"는 남자동지와 "임산부 있어요"라는 말이 들렸지만 "시끄러워. 이 새끼야."하며 "퍽!퍽!"때리는 소리가 들렸고 잠깐 후 기자들이 들어와 후레쉬가 터지며 바로 "솔개 빠져․솔개 빠져" "여자들은 때리지마!" "니네들 영창가고 싶어?"하는 소리(7시 40분경).

(솔개부대에게 상황을 인수받은 경찰임 : 편집자) 그 다음에 좀 나이든 목소리의 남자가 "임산부 있으면 나오세요. 부상자 나오세요" "여러분을 때리려고 하는게 아닙니다. 안심하세요" 하며 존대말이라는 걸 알게 되었으며, 그 놈들이 빠지면서 분이 아직 풀리지 않았다는 듯이 했던 말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아이씨. 이런 새끼들은 더 죽여놔야 되는데, 머리에 든 게 없어 이 지랄들이야."

'도대체 왜 우리가 뭘 얼마나 잘못했기에 이런 개만도 못한 취급을 받아야 하나?'하는 생각과 함께 두 주먹 불끈 쥐었다. 그때 부턴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연속해서 터지는 카메라 후레쉬와 함께 여자들은 여경들에 의해 힘없이 이동되었고 그 여경들은 천사와도 같았다. 36층에서부터 줄지어 걸어 내려오다. 중간 22층인가에서 내 앞부터 엘리베이터가 고장났다며 나부터 계속해서 걸어서 내려왔고 중간에 사복을 입은 기동대(?)인가 하는 건장한 남자들이 올라오며 우릴 보고 또 욕설을 해댔다.

"얼굴 반반한 것들이 왜 지랄이야?" 등등․․․. 그리고는 1층으로 도착, 엄청난 전경들의 호위(?)를 받으며 닭장차 앞으로 갔고, 아마도 여자 중에 제일 먼저였던 것 같다. 내가 탄 차는 끌려나온 우리 여자 7명이 합승했다(대략8시경). 차를 타고 그 분노로 떨며 밖을 쳐다보는데 호텔 주차장 화단 난간에 앉아 있던 사복의 남자 두 명이 날 보며 했던 말, "저 고개 뻣뻣이 들고 가는 거 봐!"

우리가 36층에서 "SOS"를 유리창에 쓰고 창 밖으로 "살려주세요"라고 외쳤던 상대는. 시민도, 기자도 아닌 사복 경찰이었다. 너무도 기막히고 억울하고 서러웠다. 그 날의 기억은 내가 죽는 날까지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