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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해설> '인권법'(안), 무엇이 문제인가?


22일 법무부는 '인권법'(안)을 입법예고 하면서 "유엔 인권위의 권고안과 국내 인권단체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기 때문에 최상의 인권기구가 탄생할 것"이라는 '장미빛' 설명을 곁들였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민간단체들은 "15대 국회에서 민간단체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폐기된 묵은 법안에 약간의 손질을 가한 것일 뿐"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과거 법무부 안에서 법인으로 되어 있던 인권위원회의 위상을 '비정부조직'으로 바꾼 부분이다. 법인은 반드시 주무부처인 정부조직의 감독을 받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인권위원회를 법무부 산하에 두려고 한다"는 인권단체의 비판을 피해가기 위한 외양을 갖춘 셈이다.

그러나 이것은 별로 의미가 없는 말장난일 뿐이다. 그 이유는 첫째로 법인이 됐든 '비정부조직'이 됐든 민간인이 경찰, 검사, 교도관 등 공무원의 인권침해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없음은 너무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둘째로 인권위원회는 예산안을 법무부를 통해 신청하고 법무부를 통해 출연금을 받는다는 점이다. 법무부 장관이 이 예산안을 조정할 수 없다는 규정을 둔다 하더라도 실제 행정과정에서는 법무부가 영향을 미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셋째로 위원회 활동의 중요한 절차를 정하는 대통령령(시행령)은 실제로는 법무부에서 마련하게 되어있다는 점이다.

인권위원회의 위상을 국가기구로 할 것이냐, 법인 혹은 민간단체로 할 것이냐는 문제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다. 결국 이 근본문제를 가지고 법무부 측이 변한 것도 없고 양보한 것도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물론 인권위원회가 조사할 수 있는 사건범위의 확대 등등 몇 가지 변한 점은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다소 개선되었다 하더라도 위의 근본적인 위상문제가 향상되지 않으면 대세에 영향을 주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번 입법예고에서 한가지 새로운 점은 인권위원회가 경찰, 검찰 등을 인권침해의 가해자로서 조사하기 위해 소환할 때 이에 응하지 않으면 벌금을 과하게 되어 있던 부분이 과태료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중요한 인권침해자는 과태료만 낼 각오로 버티기만 하면 끝내 조사를 받지 않고 넘어갈 수 있게 된다. 이는 법무부가 현재 검찰 소환에 불응하는 수사참고인을 강제구인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려 하는 움직임과 대조적이다. 새로운(!) 법무부 인권법안에는 어떻게든 인권침해자를 감싸려는 여러 가지 장치가 숨어 있는 것이다.

결국 새 법안에는 새로운 것은 별로 없고 과거 법안을 재포장해서 밀어붙이려는 법무부의 의지가 있을 뿐이다. 이것은 인권위원회의 감시를 받아야 할 대상(과거에 인권침해를 일삼아왔던 공권력)이 인권위원회 설치를 위한 법안작업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에 다름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