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명예회복 범국민위 발족
백만의 원혼이 한반도의 남녘을 떠돌고 있다. 제주, 문경, 노근리, 지리산 자락 아니 전국 도처에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에 의해 무고한 시민들이 무리 죽음을 당했다. 공비와 내통했다는 낙인이 찍히고 연좌제의 사슬아래 신음하며 이름 없는 유골을 모으던 유족들과 학계의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첫걸음을 7일 내딛는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범국민위원회'(www.genocide.or.kr) 김동춘(성공회대 교수) 사무처장을 만났다.
■ '한국전쟁 전후'는 어느 때를 말하는 건가, 개인간의 살해도 포함되는가?
제주 4․3부터 종전직후까지 벌어진 학살을 말한다. 사적 영역의 살해는 대부분은 무력이라는 국가기구를 등에 업었지만, 사실관계가 구체적으로 드러날 때에 한해 다룰 수 있다고 본다.
■ '노근리' 경우처럼 미군에 의한 학살문제는 어떤가?
당연히 다뤄야 한다. 중요한 것은 민간인 학살에 대한 진상을 밝히고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다.
■ 한국전쟁 후 반세기가 다 돼 간다. 왜 지금 당시 민간인 학살이 문제가 되는가?
4․19 후 민간인 학살, 김구 피살의혹 등이 언론에 매일 보도된 적이 있다. 이후 국회에서 이와 관련한 특위가 구성됐으나, 5․16 쿠테타로 원점으로 돌아갔다. 군사정권 퇴진 후 어느 정도 민주화된 정부가 들어서면서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거창, 제주4․3관련 특별법 제정에만 그쳤다. 최근 정부가 '해원사업'을 계획했으나 오히려 학살의 진상을 축소․은폐하려고 해 유족과 살아남은 자의 가슴에 못을 박아버렸다.
■ 4․19 후에는 왜 잠잠했다고 생각하는가?
5․16 쿠테타 후 유족들의 문제제기를 빨갱이 운동으로 몰아 부치는 상황에서 뭘 할 수 있었겠는가!
■ 국방부의 해원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군 입장에서 이 문제는 결코 피해갈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당국이 잘 알고 있다. 전쟁의 이름아래 자행된 학살에서 군이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원사업이라고 형식적으로 내놓기는 하되 진상조사는 결코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기사 3면 상자로 이어짐
■ 도대체 얼마나 많은 민간인이 학살됐다고 생각하는가?
4․19 직후 국회특위 구성 전후에 집계로는 대략 34곳, 113만여 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어디지역 보도연맹 몇 몇 하는 식으로 집계한 것이다.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가면 얼마나 더 나올지 모른다.
■ 정부기록도 많이 소멸된 것으로 안다. 어떻게 진상규명을 할 수 있는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료를 토대로 민간인 학살지도를 만들어 인터넷에 올리는 등 21세기에는 반문명적 범죄와 단절해야 한다는 여론 형성이 중요하다.
그리고 자료공개를 요구하는 한편, 범국민위원회 차원에서 각 지역별로 사실조사를 벌여야 한다. 과거의 반인권 행위에 대해 전국에서 진상을 규명하는 거대한 작업이 될 것이다. 방방곡곡에서 인권운동을 진행해야 하는 셈이다.
또 소멸시효를 배제하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해야 한다. 4․19 혁명 후 구성된 특위의 전례가 있는 만큼 가능하리라고 본다.
■ 진상규명은 군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혀 보수파의 입지를 줄일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저항이 예상되는데….
그럴 가능성이 있다. 반인권적인 국가폭력을 여기서 차단해야 새로운 형태의 재생산구조를 만들 수 있다. 자유권적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기구의 반인권적 행사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세기적인 일이다.
■ 방대한 규모의 운동이다. 성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피해자와 연구자들이 문제를 던졌으므로 많은 인권사회단체에서 여기에 참가하기를 바란다. 피해자, 연구자, 인권단체3자가 결합할 때 이 운동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민간인학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범국민위는 7일 오후 1시 기독교연합회관 대강당에서 발족식 및 기자회견을 한 후 오후 3시 여의도 동아일보 별관 앞에서 집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