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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아셈을 반대하는 이유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김대중 대통령의 정부가 한판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아셈회의와 관련된 민간단체들의 '불법시위'를 '초장강력대처'할 방침을 밝혔다. 3만명에 이르는 경찰을 동원하고, 헬기와 장갑차마저 준비하고, 시위 전력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도 불허하기로 했다. 이미 회의장 주변 곳곳에 정체 모를 집회를 사전에 신고하여 민간단체들은 집회신고도 내지 못하도록 해 지금 상황대로라면 시위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불법시위 혐의로 모두 연행되게 생겼다.

아셈회의는 이런 외형상의 문제보다도 그 내용에 더 심각한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이번 아셈회의의 핵심의제는 '자유화와 시장개방', '아시아․유럽 금융안정협력', '아시아․유럽 투자 무역촉진' 등이다. 2025년까지 상품 및 서비스 거래에 관한 완전한 자유화를 달성하고, 지구화 시대에 맞도록 금융시스템을 개편하며, '투자촉진행동계획', '무역원활화 행동계획' 등을 신속히 이행할 것 등이 서울 아셈회의의 골자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다자간 투자협정이 아셈 내에서 추진되고 있다. 유럽 자본이 중심이 되는 또 다른 세계화 추진기구가 아셈인 것이다.

따라서, 시애틀, 다보스, 워싱턴, 프라하를 잇는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의 일환으로 아셈반대 투쟁을 전개하려는 민간단체들의 문제의식은 정당하다. 신자유주의가 오로지 자본만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시킨다는 것은 이미 IMF 체제로부터 뼈저리게 체험한 사실이다. 자본의 뜻대로 주무를 수 있는 지극히 유연화된 노동시장, 해체되어지는 공공영역과 후퇴만 거듭하는 삶의 질, 생존을 위한 고통의 한 가운데에 신자유주의가 또아리를 틀고 있다. 아셈은 이런 신자유주의를 더욱 강화하려는 것이니 이를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제라도 정부는 '국제신인도 제고'와 같은 허황된 포장 대신 신자유주의 반대를 주장하는 민간단체들의 비판에 귀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0월 20일 전쟁에서는 이길지 몰라도 곧 노벨평화상 수상의 빛이 퇴색될 운명을 맞게 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