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부당청구 막기’ 내세워 전자보험증 시도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부당․허위 청구를 막기 위한 ‘전자건강보험증 제도’(아래 전자보험증) 도입 계획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인권․사회단체들이 “제2의 전자주민카드 도입 시도”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난 3월 건강보험 재정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된 이후, 4월부터 보건복지부 김원길 장관은 공공연하게 전자건강보험증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의료기관과 약국에서 벌어지는 부당․허위 보험료 청구 행위를 근절하고 건강보험 예산 상태를 개선해보겠다는 취지였다. 김 장관은 4~5월을 지나며 여러차례 전자보험증 도입방침을 언론에 공개했고, “건강보험증이 신용카드와 연계된다, 보험증에 개인병력(病歷)이 기재된다”는 등의 예견까지 나오기도 했다.
사업설명회도 열어
또 5월 21일과 23일에는 김 장관과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전자보험증 사업을 추진하려는 4개 컨소시엄들이 사업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전자보험증 제도를 검토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 관계자는 “전자보험증 사업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 방침은 아직 결정된 바 없”으며 “사회단체에서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 사회보험연구센타(아래 연구센타)도 지난 1월부터 전자보험증 도입을 연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센타 관계자에 따르면 “연구결과는 6월 중순이나 말에 발표할 예정이며 현행 건강보험증에 기재되는 정도의 정보만을 전자보험증에 싣는 방향으로 연구를 마무리하고 있다”고 말해 전자보험증 제도 시행을 적극 검토중임을 시사했다.
전자주민카드 문제점 그대로
한편 일련의 전자건강보험증 도입 계획을 전해들은 사회단체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고 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건강보험 부당청구가 전자보험증만으로 실효성을 거두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과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인권침해 등 과거 전자주민카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료 부당 청구의 대부분은 ‘진료비 부풀리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의료기관과 같은 경우, ‘하지 않은 검사를 한 것처럼 속이는 검사료 청구’, ‘환자와 보험 공단에 진료비와 보험금을 청구하는 이중청구’ 등으로, 약국의 경우 ‘싼 약을 투약하고 비싼 약을 투약한 것처럼 속이는 대체청구’ 등의 수법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진료비 부풀리기는 대부분 진료비 내역을 입력하기 전에 일어나므로 전자보험증으로는 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사회단체들의 주장이다. 물론 ‘처방전 위조’와 같은 부당행위는 상당부분 막을 수 있지만 그것을 막기 위해 최소 3천억원에서 최대 1조원의 예산이 지출돼야 하는 전자보험증 제도를 꼭 도입할 필요성은 없다는 주장이다.
또 전자보험증이 역할을 다 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보험증을 꼭 소지해야만 하는데, 실제 병원에서는 보험증을 안 갖고 와 나중에 보험증을 제시하거나, 말로 보험증 제시를 대신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으므로 실제 전자보험증 도입시 실효성을 보장할 근거도 취약하다. 이미 전자보험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프랑스의 경우 카드 제시율이 60%가 채 되지 않으며 카드 발급 비용에 대한 국민 부담, 전산화 업무에 소요되는 의료인의 비용, 개인 정보 보호 문제 등이 아직까지 과제로 남아 있다.
전자보험증 도입 움직임과 관련해 사회진보연대, 민중의료연합 등은 29일 오전 서울 안국동 철학까페 느티나무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전자보험증 제도 검토에 대한 전면 백지화” 입장을 표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