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노동3권 보장돼야"
"지구촌이 점점 더 가까워지는 시대에 국적 여부를 떠나 인간이 보호받지 못하면 사람이 사는 세상이 아닙니다. 이주노동자 문제가 사회공론화 되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입법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민주노총 비상대책위 백순환 위원장은 12일 오후 2시 국회 헌정기념관 1층 회의실에서 '외국인 이주노동자 고용 및 기본권 보장에 관한 입법 공청회'를 개최하게 된 취지를 밝혔다.
국내 이주노동자는 밀입국자를 포함해 4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며, 그 중 77%가 미등록 불법체류 상태다. '불법' 상태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각종 인권침해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입법 공청회는 이주노동자 문제를 이 사회가 더 이상 미룰 없는 과제로 선포하며 열띤 토론을 만들어 갔다.
먼저 민주노총 이상학 정책국장은 "산업연수생제도는 이주노동자의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인권유린, 저임금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고, "사용자 단체인 중기협에서 산업연수생제도에 대한 관리를 하고 있어 이주노동자의 송출과 관련한 각종 비리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라고 고발했다.
이에 따라 "이주노동자에게 노동자의 신분을 인정하여 노동권을 비롯한 제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노동허가제를 실시해야" 하고, "이주노동자에게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적용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주장했다. 또 "현재의 불법체류 노동자들은 자신의 잘못보다는 제도적 미비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에 사면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김진 변호사는 '외국인 근로자 고용 및 기본권 보장에 관한 법률(안)'을 소개했다. 법률(안)에 따르면, 외국인력 도입이 필요한 업종, 인원, 대상국 등 인력도입 정책 전반에 한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노사정 대표로 구성되고 노동부 장관이 위원장이 되는 '외국인력고용정책위원회'를 설치한다. 여기서는 매년 10월 1일까지 다음 연도 인력도입 정책을 심의·의결한다.
또 노동허가의 기간은 최초 2년으로 하고, 1년씩 3회에 한해 갱신할 수 있으며, 이후 노동부장관이 국민경제 상황을 고려해 5년간의 '특별노동허가'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에서의 취업을 희망하는 외국인은 누구나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 노동부나 현지 재외공관에 노동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반면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려는 사용자는 고용희망 인원, 근로조건, 내국인에 대해 고용의무를 다했다는 소명자료 등을 갖추어 노동부장관에게 '외국인고용사업장'으로 등록해야 한다.
그리고 이주노동자의 인권보장을 위해 이주노동자에게도 근로기준법, 노동관계법 등 모든 노동관계법령과 국민건강보험법, 고용보험법 등 사회보장관계법령이 적용된다. 사용자는 이주노동자에 대해 차별적 처우를 해서는 안 되며, 따라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또한 이주노동자에게는 사업장이동의 자유가 보장된다. 부칙에서는 현 불법체류자를 사면하고 우선적으로 노동허가를 신청할 수 있게 하고, 출입국관리법에 규정된 산업연수 및 연수취업 제도를 폐지함을 명시했다.
기조발제에 이어 노동부 정종수 고용정책심의관이 토론에 나섰다. 노동부는 원칙적으로 '우리 근로자의 고용기회가 침해받지 않는 범위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취업을 허용하되, 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우리 근로자와 동일하게 국내법을 적용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 심의관은 "노동허가절차에서 그 기준의 구체성이 없"고, "국내 노동시장 교란 우려 때문에 직장이동에 일정한 제한은 불가피하다"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원장 장상환 교수는 이주노동자들이 비정규직으로 되는 현실에서 "이주노동자 문제가 비정규직 보호와 함께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제안된 법률(안)에 대해 평등노조 이주지부 이윤주 지부장은 "사업장 이동의 자유와 노동3권의 실질적 보장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현 미등록 노동자를 사면의 우선적인 대상으로 규정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라고 환영했다. 또 "송출과 유입의 주체가 (이주)노동자 개인과 한국 정부라는 점에서 크게 진일보했다"라며, "이는 송출비리의 근절을 위한 노력"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