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수용시설 기준 제시
헌법재판소가 경찰서 유치장내 화장실 시설이 위헌이라고 결정, 수용시설에 대해 하나의 기준을 제시했다. 유치장에 수용된 피의자에게 신체의 일부가 노출되는 유치장 내부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이 나온 것.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효종 재판관)는 지난 19일 김 모, 송 모 씨 등이 “유치장 화장실에서 용변 보는 모습 등이 노출돼 인격을 침해당했다”며 제기한 위헌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결정요지에서 “차폐시설이 불충분하여 신체부위가 다른 유치인들 및 경찰관들에게 관찰될 수 있는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런 화장실의 이용강제행위가 인간의 기본적인 품위를 유지할 수 없도록 하는 것으로 비인도적이고 굴욕적인 것”이라며, “건강을 침해할 정도는 아닐지라도 인간존엄과 가치로부터 유래하는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씨 등은 지난해 6월 18일 집시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영등포경찰서 유치장에 수용돼 있던 중 차폐시설이 제대로 안된 유치장내 화장실만 사용하도록 강제당하자 헌법소원을 냈다. 김 씨 등은 이에 앞서 유치장에서 △직장에 연락할 기회를 주지 않고 △화장실 사용문제 등을 들어 영등포경찰서장을 형사고소했으나 검찰은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헌재 결정에 대해 김 씨는 “유치장에서는 아무리 사소한 요구라도 경찰에게 찍힐 각오를 해야한다”며 “유치장에 출입하는 수많은 사람들도 기본적으로 기본권을 누릴 권리가 있는 사람들이므로 헌재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소송을 대리한 이정희 변호사는 “경찰서 유치장은 구치소 등에 준하는 시설을 갖추도록 행형법에 규정돼 있다”며 “관행에 따라 유치장을 운용해선 안 된다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또 “유엔 피구금자 최저기준규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번 결정은 수용시설의 한 기준을 정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청 수사과 관계자는 “이미 내린 유치장 시설 개선 지침에 따라 개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