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정치적 권리를 확보해야 할 때
신문을 펼칠 때마다 드는 생각들이 있다. 어찌 하루라도 조용하게 지나가는 날이 없는지. 이합집산하는 정치인들의 모습,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 참배, 매일 벌어지고 있을 수많은 사건들의 빙산의 일각도 되지 못할, 그러나 우리들을 심히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만한 범죄들, 거기에 환경호르몬, 적조피해 등등.
나날이 후퇴하는 노동조건을 지켜내기 위해 하루하루 힘겹게 싸워나가야 하는 노동자들이 매일 쏟아지는 신문기사들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아니, 신문기사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있다고 해서, 일본의 왜곡 교과서에 분노하고, 내년 있을 월드컵을 기대하며, 복마전과 같은 정치권의 움직임을 보며 정치에 대한 냉소만을 키워 가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늘어가는 사교육비에 가슴 졸이는, 그러한 일상에 놓여있는 노동자들이 과연 자신의 정치적 권리를 표명할 수 있을까?
노동자들과는 발톱 끝만큼도 친하지 않은 정치인들이 선거 때만 되면 서로 질세라 서민들의 표를 추수하려고 덤비는 상황에서, 주민등록증 들고 투표소로 향하는 모습이 진정한 정치적 권리의 행사가 아님은 분명하다. 노동자들의 진정한 정치적 권리의 행사는 바로 스스로를 정치의 주체로 세워내는 것이다. 생활의 권리를 지키고자 싸워나가는 과정을 통해 정치적 주체로서의 자세를 배워가며 그러한 투쟁의 확장을 통해 정치적 주체가 되어 가는 것이다.
경제적 권리, 아니 생존의 권리가 무참히 짓밟히는 지금 난데없이 무슨 정치적 권리 운운이냐고? 지금부터 스스로를 정치적 주체로 세워내지 못한 노동자들이 어찌 자신과 가족들의 생활의 권리를 확보할 수 있겠는가? 내년 있을 선거에서 어깨를 늘어뜨리고 투표소로 향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그리고 노동자의 전망을 움켜쥐고 당당히 살아나가는 정치적 주체로 설 것인가는 지금 자신 앞에 놓여있는 바로 그 싸움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김혜란 씨는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사무처장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