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 1백미터 금지조항’에 맞서 공동행동
1일 낮 12시 서울 종로2가 국세청 건물 앞 광장에서는 ‘이색적인’ 광경이 연출됐다. 제각각 다른 주장을 ‘목에 건’ 1인시위자 약 40명이 한 장소에 모인 것.
“박정희 기념관 건립 반대한다” “사립대 노동자 정년 보장하라” “장애인 이동권 보장하라” 등, 시위자마다 내건 주장도 달랐고, 그들이 속한 단체도 달랐다. 그럼에도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현행 집시법이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집시법 11조는 ‘외국공관 등의 반경 1백미터 내 집회시위를 원천금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외국공관과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국내 현안에 대해서조차 집회나 시위를 벌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과 건물은 이 조항을 악용해 자기 건물 내에 대사관을 적극 유치하기도 했다.
이날 시위가 벌어진 광장 역시, 국세청 건물에 온두라스대사관이 입주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1인 시위’를 제외한 모든 시위가 금지되어온 장소다.
한편 낮 12시부터 ‘1인 시위자’가 하나둘씩 모여들자, 종로경찰서측은 “1인시위를 빙자한 불법집회”라며 해산을 종용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시위참가자들은 “현 시위 양상이 즉각 해산해야할 만큼 공공에게 심각한 해를 끼치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고,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시위형태가 문제되는 게 아니라, 시민들의 휴식권과 건물의 영업에 방해가 된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을 바꿨다. 시위참가자들이 ‘주변에서 휴식중인 시민’들을 가리키며 “저들이 과연 휴식권을 방해받고 있느냐”고 따지자, 경찰 관계자는 “나는 시민들이 불편․불안해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1시간 동안만 시위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더 이상 시위를 가로막지 않았다.
집시법 개정안 공청회 예정
‘50인50색 1인시위’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88개 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 완전쟁취를 위한 연석회의’(아래 연석회의)가 기획한 것으로, 10월 25일 ‘대사관 앞 동시다발 1인시위’, 10월 30일 ‘위장집회현황 고발집회’에 이은 3차행동이다. 이와같은 직접행동 외에도, 연석회의는 자체적으로 집시법개정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11월 9일(금) 오후 2시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집시법 개정안 공청회’를 갖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