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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추락참사 1년, 추락하는 이동권

<현장그리기> 제10차 장애인 버스타기 운동


22일 오후 3시 30분경 휠체어를 탄 장애인 20여 명이 서울 혜화로타리에서 세종문화회관까지 버스로 이동하려 했다. 이때 전경들은 정류장 주위를 겹겹이 에워싸기 시작했다. 이에 버스를 타려는 장애인들과 이를 막으려는 전경들 사이에서 몸싸움이 시작됐고, 혜화로타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일군의 장애인들이 경찰저지선을 옆으로 돌아 혜화로타리 차로로 나아갔다. 하지만 경찰들은 곧바로 휠체어 하나에 4∼5명씩 달려들어 장애인들을 인도로 들어냈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도 버스를 타고 싶다"는 절절한 외침이 이어졌다. 다른 장애인 몇몇이 반대편으로 돌아 혜화로타리 차로로 나아갔지만, 역시 경찰에 의해 들려나왔다.

현장을 지휘하고 있던 동대문경찰서 윤삼 서장에게 "장애인들이 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왜 가로막느냐?"고 물었다. 윤 서장은 답변은 하지 않고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몇몇 현장지휘관에게 거듭 질문한 끝에, 그 중 한 명으로부터 "저들이 장례식 조화를 가지고 세종문화회관으로 가서 불법집회를 하려 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결국 버스타기 행사 전, 장애인들이 못 타는 대중교통은 죽은 거나 다름없다는 것을 상징하기 위해 정류장 주위에 세워놓았던 '장례식 조화'가 이날 아수라장의 빌미를 제공한 셈.

이날은 지난해 오이도역에서 발생한 장애인 리프트 추락참사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 이날 열린 제10회 장애인 버스타기 행사는 지난해 9차례 걸쳐 진행된 후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장례식 조화를 가지고 가면 불법집회의 우려가 있다'는 경찰의 자의적인 해석과 이를 근거로 한 공권력의 집행 앞에서, 버스를 타고 싶다는 장애인들의 작은 소망은 무참히 추락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