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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반인도적 국가범죄' 처벌 가능한가?

"국가권력은 공소시효 적용 요구 못한다"


5일 대한변호사협회 회의실에서는 '공권력에 의한 반인도적 범죄의 처벌방안과 재발방지대책'이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해 '청송교도소 박영두 치사사건', '수지김 간첩조작사건' 등의 진실이 밝혀졌지만, '공소시효'라는 현행법상의 한계로 인해 책임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불가능했던 점 등이 이번 토론회가 준비된 배경이다. 이에 토론회에서 논의된 주된 쟁점을 정리했다.


논점 1. 국제관습법의 국내 적용 문제

장완익 변호사(수지김 유족 민사소송 대리인)는 98년 국제상설형사재판소 설립과 관련해 마련된 '로마규약'의 '반인도적 범죄규정'에 근거, "수지김 사건은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정치적 박해'와 정신적 건강에 심각한 고통을 주는 '비인도적 행위'이므로 '인도에 반한 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조국 교수(서울대 법학)는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는 국가권력에 의한 직무유기, 직권남용, 범인은닉, 증거인멸 등의 범죄가 '반인도적 범죄'의 개념으로 포괄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제기하며, '반인도적 범죄'라는 개념 대신 '반인권적 국가범죄'를 "국가권력 종사자가 헌법과 법률에 반하여 시민의 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거나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조작한 행위"로 정의하자고 제안했다.


논점 2. 소급적용에 따른 위헌소지

1995년 5·18특별법 제정 당시, 헌법재판관 다수(5명)가 '위헌' 견해를 밝혔던 사실에 비춰볼 때, 공소시효배제 특별법이 제정될 경우에도 형벌불소급의 원칙(헌법 제13조)에 반한다는 논란이 다시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조국 교수는 "국가기관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행위를 자행하고 이를 은폐했다면 이는 헌법정신에 대한 정면부정이기 때문에 우리 헌법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이러한 행위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사후적 입법을 통해 공소시효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함승희 의원은 "공소시효를 두는 것이 증거인멸 등 형사소추상의 어려움을 고려한 측면도 있지만, 알리바이의 증명 등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는 제도"라고 전제하며, "그러나 수지김 사건과 같이 피의자가 수사기관인 경우는 공소시효를 배제한다고 해서 인권침해 소지를 낳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자료인용> "소급효금지원칙은 국가의 자의적 행사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국가권력의 담지자는 이 원칙의 적용을 요구할 수 없다."(반야 아드레아스 벨케)


논점 3. 반인도적 범죄의 해결 방안

반인도적 범죄의 해결을 위해서는 특별법의 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중론이었다. 박찬운 변호사는 "반인도적 범죄의 해결을 위해선 특별법의 제정이 첩경"이라며, "공소시효를 일정기간 '정지'시키는 규정이 아니라 아예 '배제'시키는 규정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칭)'살인죄등 반인륜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을 준비하고 있는 함승희 의원은 "반인도적 범죄라는 추상적, 포괄적 개념을 어떻게 구체화할지가 난관"이라며, 특례법 입안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토로했다. 한편, 형사소송법과 헌법의 개정 등 근본적 방안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제시됐다.

조국 교수는 "특별법에 의해 과거 범죄를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형사소송법의 개정이 (미래를 내다볼 때) 더 바람직하고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완익 변호사는 "반민족행위자처벌을 규정했던 제헌헌법과 같이 헌법 자체를 개정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