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착오적 국보법 판결, 아직도 그대로!
정부의 승인을 받고 합법적으로 방북한 경우에 대해서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이 내려져, '걸면 걸리는' 식의 국가보안법 적용 관행이 이어졌다. 7일 오전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김용헌 판사)는 지난해 8월 '범민련 방북단 사건' 관련 범민련 서울시연합 김규철 의장 등 6명에 대해 전원 유죄판결을 내렸다.
이들에게 적용된 죄목은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가입 △강령개정 목적의 탈출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행사 참석 등 동조 △반국가단체 구성원 등과의 회합 등으로, 결국 법원은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모두 받아들였다.
우선 법원은 범민련 측이 강령·규약을 개정하기 위해 범민족회의에 참석할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범민련 측은 "6·15 공동선언 이후 변화된 현실에 맞게 강령·규약을 개정하려는 작업은 지난해 계속된 범민련의 활동"이었다며, "검찰과 법원이 이를 의도적으로 부풀렸다"고 반박했다. 강령·규약이 개정되기 위해서는 범민족회의와 공동의장단회의가 열려야 하나, 당시 범민련 방북단 6명 규모로는 공동의장단회의조차 성립할 수 없었다는 것이 범민련 측의 주장.
법원은 또 범민련의 모임은 정부로부터 허용된 모임이 아니라며, 범민련 북측본부 사람들과 만난 것은 반국가단체 구성원 등과 회합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범민련 측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추진본부가 부문별 모임을 할 수 있도록 허락했고 추진본부는 부문별 모임 중 하나로 범민련 모임을 명시했다고 한다. 이는 정부가 부문별 모임을 하나하나 지목해 허락한 것은 아니었다는 뜻. 결국 법원은 여러 부문별 모임 중 유독 범민련 모임만을 문제삼아 국가보안법을 적용한 셈이 됐다.
이에 '통일연대'는 "(재판과정에서) 범민련 남측본부의 방북과 회합 과정 전반이 정부 당국이 보장한 선상에서 이루어진 것임이 명백히 확인"됐지만, "이러한 모든 증거들은 철저히 무시"됐고 "검찰과 재판부는 (범민련의 활동을)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것으로 왜곡"시켰다며 규탄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이 나라의 사법부가 아직도 구시대적인 대결의식과 공안의식에 사로잡혀 있음을 똑똑히 보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범민련 남측본부도 성명을 발표해 "시대착오적인 국가보안법 적용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피고들을 변호했던 심재완 변호사는 "법원이 변화된 현실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해 안타깝다"며, 이번 판결에 불복해 바로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법원은 '방북조건을 어기긴 했지만 통일부의 승인을 얻고 방북하였던 점' 등을 고려해, 범민련 광주전남 임동규 의장과 서울시연합 문재룡 부의장을 제외한 나머지 4명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암으로 투병 중인 문 부의장은 지난해 11월 구속집행이 정지됐기 때문에, 현재는 임 의장만이 구속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