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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발췌> 테러방지법(안)에 대한 국가인권위의 의견


국가는 대 테러대책의 수립에서부터 집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첫째, 불합리한 차별을 해서는 안되며, 둘째, 입법, 사법, 행정의 모든 조치를 통하여 국제인권법에 정한 실체적 및 절차적 인권을 보장하여야 하며, 셋째, 권리침해에 대하여 사법적 구제조치를 중심으로 한 효과적인 구제조치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현행법과 제도는 테러행위에 관한 정보의 수집, 분석 배포에서부터 테러행위의 예방과 진압, 수사와 처벌을 위하여 다양한 국가기관에 전문적 기능을 부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중대한 테러사태에 대비하여 군을 포함한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경찰, 향토예비군, 민방위대, 직장 등을 포괄한 통합적인 체제를 구축하고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형사법들은 다양한 종류의 테러행위를 범죄로 규정하여 형사처벌하게 하면서 테러행위로 인한 범죄수익은 물론 테러행위자나 단체의 금융거래 등을 조사하여 그 자금을 봉쇄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제협력을 위한 제도로 마련하고 있다.

반면, 테러행위를 예방, 진압 및 처벌하기 위한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인권을 보호하고 침해된 인권을 구제하기 위한 국내법과 제도는 전반적으로 국제인권법이 정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법안의 가장 큰 특징은 국제사회의 오랜 연구와 논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합의된 개념규정에 실패하고 있는 테러행위에 대하여 포괄적인 정의를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테러단체에 관하여 "설립목적의 여하를 불문하고 그 구성원이 지속적으로 테러를 행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을 말한다"고 하고 있는데, 먼저 "설립목적을 불문"한다는 요건은 테러단체의 범위를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모든 종류의 단체에 다 적용될 수 있도록 무한정 확장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의 주요기관들은 대테러대책의 이름으로 하나의 조직체계 속에 강력하게 통합되는 양상을 나타내게 된다. 우선 이러한 국가체계 재편성은 국가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무너뜨리고 국가권력을 통합하게 하여 국가권력을 남용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대테러대책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대테러센터는 그 자체조직과 정원이 공개되지 않는 국가정보원에 둘 뿐 아니라 대테러센터의 조직 및 정원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게 하고, 테러진압을 위한 특수부대의 운영·훈련 등에 관한 사항을 공개하지 아니하므로 결국 재편성된 국가행정체계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국민의 감시로부터 은폐된 가운데 운영되게 되어 공개행정의 원칙에 위반될 위험이 있다.

본 법안의 조항들은 헌법이 정한 계엄에 의하지 않고 군병력을 민간에 대한 치안유지의 목적으로 동원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특히 법안 제14조는 국회에 대한 통보조차도 없이 대테러센터의 장, 즉 국가정보원장의 판단에 따라 특수부대가 출동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위원회가 문제점을 지적한 조항들을 빼면 이 법안은 제정될 필요성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위원회로서는 이 법안의 제정에 반대하는 의견을 국회에 표명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