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의 날, 청소 여성노동자들의 인간선언
95% 이상 여성노동자로 구성된 '도시철도 청소용역노조'(위원장 박순자, 아래 청소용역노조)가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에 파업을 돌입하기로 해 주목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도시철도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은 1인당 60만원 정도의 임금만을 받으며, 월차, 연차 및 생리휴가 등도 전혀 사용하지 못하고 한달에 4∼5일 주휴를 쓰는 것이 고작이었다. 또 청소반장인 남자관리장으로부터 일상적으로 성희롱이나 성폭력에 시달렸으며, 청소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사직서를 쓰고 다시 근로계약서를 쓰는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이런 열악한 노동환경에 맞서 이들은 지난해 7월 10일 청소용역노조를 결성하고, 기존 4개의 용역업체를 상대로 5개월에 걸친 교섭을 진행한 끝에 10만원의 임금인상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올해에는 △유급휴일과 생리휴가 등의 보장 △현행 1년 계약기간의 연장 △복리후생비의 현실적 책정 등 6개 사항을 도시철도공사에 당당히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도시철도공사는 청소용역노조의 요구사항은 외면한 채, 지난 4일 오히려 서울지하철 5∼8호선 청소업무를 대행할 용역업체를 기존 4개에서 15개로 늘려 입찰 공고했다. 이 과정에서 82명의 인원도 감축된다. 도시철도공사의 눈치를 보며 노조와의 대화를 꺼리는 용역업체를 하나 상대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에서, 이는 청소용역노조가 노동조건의 악화를 막고 향상을 꾀하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
전국여성노조연맹 이찬배 위원장은 "(이번 분사방침은) 어렵게 만들어진 노조를 제대로 인정도 안하고 깨겠다는 것"이라며, 도시철도공사의 노조무력화 시도를 강력히 규탄했다. 한편 "이들은 가장 더러운 곳을 청소하면서도, 인간대접 못 받고 용역업체와 관리장에 시달려 왔다"며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의 응어리진 마음을 전했다.
청소용역노조의 이번 파업은 현행법상 불법이 될 가능성이 크다.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은 용역업체 소속이기 때문에 도시철도공사를 상대로 파업을 할 수가 없다. 또한 구조조정은 파업의 대상이 안 된다는 것이 최근 법원의 판례이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불법이라고 하지만,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 자존심을 지키고 생존권과 노조를 사수하는 마음으로 파업을 한다"며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서울지하철 1∼4호선을 관리하는 지하철공사의 경우, 청소용역업체 한 곳에만 27년의 수의계약을 준데 이어 올해에도 계약기간을 3년이나 연장했다고 한다. 따라서 청소용역노조의 요구는 전혀 무리한 것이 아닌 셈.
이들은 8일 오전 11시 탑골공원 앞에서 '여성노동자 인권보장과 구조조정 철회를 위한 파업출정식'을 한다. 또한 9일 오후 1시에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리는 '제94주년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 참가해, 도시철도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고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