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상회복․사과 권고 없이, "앞으로 잘하라" 뿐
'제천시장의 장애인 차별 사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최종 결과를 발표했으나, 실효성 있는 구제조치가 빠져 알맹이 없는 결정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인이란 이유로 보건소장 임용에서 탈락한 제천 보건소 전 의무과장 이모 씨 사건에 대해 "신체조건을 이유로 피해자의 평등권을 침해한 차별행위"라고 결정 내용을 발표했다. 더불어 인권위는 권희필 제천시장에게 앞으로 제천시 행정과 관련해 신체적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행위를 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이는 지난 11일 국가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 내용이다. 지난 해 11월 26일 인권위 출범과 동시에, 김용익 교수가 이모 씨를 대리해 이 사건을 인권위에 진정 접수한 지 근 5개월만의 일이다.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행위" 인정
하지만 인권위는 이 씨 쪽이 권 시장에게 요구한 △인사조치의 철회와 원상회복 △사과광고 게재 △제천시장직 사퇴와 차기 시장선거 불출마 선언 등에 대해서는 각각 다른 이유를 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는 우선 원상회복을 권고하지 않은 것과 관련, "제천시장이 이 씨에 대해 차별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제3자의 보건소장 임용처분을 취소하게 할 수는 없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또 사과광고 게재는 "당사자의 자발적인 윤리적 판단과 감정 및 의사에 기초하지 않은 내용의 의사 표시를 공표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훼손할 소지가 있고 헌법재판소의 판례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결국 이 씨는 '차별행위'를 당했다는 것만 인정받았을 뿐, 인권위로부터 아무런 실질적 구제조치를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여준민 간사는 "인권위가 이 사건에 대해 차별을 인정한 것은 환영"하지만 "그럼에도 차별 이전 단계로 피해자의 상태를 원상 회복시킬 수 없다는 것은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피해자에게 실질적 구제조치 없어
또 여 간사는 "인권위가 최소한의 구제조치인 사과 권고조차 하지 않은 것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권위가 근거로 제시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사과광고의 강제를 문제삼고 있는 것인데, 인권위가 이 때문에 사과 명령이 아닌 권고조차 스스로 포기한 것은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로 보인다.
인권위가 진정인의 요구와 별도로 자체적인 구제조치를 제시하지 않은 것 역시 한계로 지적된다. 여 간사는 "차별에 따른 피해를 생각한다면, 인권위가 손해배상을 권고할 수도 있지 않았냐"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한 김용익 교수는 "아무 알맹이 없는 구제조치 권고가 인권위에 접수된 다른 진정사안들에서도 반복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앞으로 법․제도의 한계와 인권위의 태도 문제에 대해 인권단체들과 함께 공론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40개 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제천시장 장애인 차별 공동대책위원회'는 16일 아침 11시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까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의 이번 결정과 관련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