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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소년소녀가정, 1만 3천명 넘어

가정도우미 제도 등 정서적 지원 절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원에 가 있을 시간에 중학생인 성현이는 TV를 보거나 컴퓨터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성현이는 "친구들이 아빠 이야기를 할 때와 준비물을 종종 챙겨가지 못해 속상한 것 빼고는 다른 친구들과 별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초등학교 때부터 보습학원 한번 다닌 적이 없는 성현이는 "미술학원에 다니고 싶지만 아직 언니나 할머니에게 말해본 적은 없다"고 이야기한다. 학교준비물을 챙기기에도 빠듯한 형편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미술학원은 가슴속에 품어둔 실현 불가능한 꿈인 것이다.

부모가 죽거나 양육을 포기해 아동이 실질적으로 가정을 이끌어 가는 소년소녀가정은 매년 늘고 있다. 소년소녀가장이란 용어가 국제사회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자 최근 정부는 '소년소녀가정'이란 용어로 순화시켰다. 그러나 명칭이 가장에서 가정으로 변했을 뿐 정부의 복지정책은 기초생활비 보장에서 한발자국도 더 나가지 못하고 있다.

2002년 보건복지부의 사업계획안에 따르면 소년소녀가정은 약 1만3천3백9십명에 이른다. 이중 2천명이 조부모를 포함한 친인척집에 가정위탁돼 있다. 소년소녀가정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월 6만5천원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수급 대상자에 대한 급여액이 전부다.

영구임대아파트가 밀집한 월계2동 동사무소에서 소년소녀가정 지원업무를 맡고있는 권대성씨는 "장애, 질병, 빈곤 등의 문제를 안고있는 가정이 많아 11명의 소년소녀가정 아동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두기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최근 사회복지 담당자가 증원되고 있는 추세지만 권씨가 담당하는 주민만 2백명이나 되고 많은 경우 직원 1인당 3백-4백명의 주민을 관리해야 하는 곳도 있다. 권씨는 "생활보장비 지급과 결식아동에 대한 저녁식사 지원 업무를 할 수 있는 정도"라며 "별도의 지원사업은 지역복지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월계종합사회복지관의 허성희씨도 "소년소녀가정을 대상으로 결연사업을 하고 있고 별도의 프로그램은 없지만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강좌에 무료참여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초등학교 저학년의 방과후 공부방을 제외하고는 참여율이 낮다. 중고등학생이 되면 학교에서 적응을 못하고 비행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지만 소년소녀가정의 특징이라기 보다는 지역적 특징이라고 한다. 허씨는 "부모가 없어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이끌어줄 보호자가 있다면 아이들에게 큰 의지가 된다"고 말한다.

복지관에서는 정서적 우려가 있는 청소년에 대해 대학생 자원활동가와 연결해 방문학습지도 등을 통해 비행을 예방하고 있지만 소년소녀가정에 대해 초점이 맞춰진 프로그램은 아니다. 구청에서 관리하는 가정도우미제도도 집안에 중환자가 있는 경우로 제한돼 있어 확대실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모의 품에서 자라는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일상적인 정서적 지원과 상담이 필요하고 발전을 위해 다양한 기회를 정부로부터 제공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