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2차 결의대회 열려
제2차 이주노동자 결의대회가 19일 오후 3시께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열렸다. 현재 명동성당에서는 4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올 25일로 기간이 마감되는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자진신고'를 거부하고 이주노동자 합법화를 요구하는 농성을 3주 넘게 진행하는 중이다. 이날 집회에는 파키스탄, 필리핀, 방글라데시, 베트남, 네팔 등지에서 온 이주노동자 공동체와 불안정노동철폐연대․이주여성인권연대 등 노동․사회단체 회원 2백70여명이 참석했다.
「이주노동자 탄압분쇄와 노동비자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의 이금연 공동대표는 "초국적 자본은 국경 없이 전 세계를 넘나들며 노동력을 착취한다. 본국에서 이주노동자들을 기다리는 건 월 5-10만원의 저임금과 실업, 전쟁"이라며 "우리의 투쟁은 단지 명동성당 농성단을 지원하기 위한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전 세계적 노동력 착취와 불의에 저항하는 것"이라며 그 의의를 설명했다.
이주노동자들은 한차례 집회가 무산되는 경험을 한 뒤라 더욱 가슴에 묻힌 얘기가 많은 듯 했다. 애초 2차 이주노동자 결의대회는 지난 달 21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법무부․경찰․국정원으로 구성된 특별단속반이 집회에 참가하는 이주노동자를 모두 잡아가겠다고 해 당시엔 열리지 못했다.
네팔에서 온 한 이주노동자는 "불법체류자는 집회도 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너무 당황스럽고 기가 막혔다. 우리가 여기서 과연 인간인가 생각했다"며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지만 우리 현실은 정반대"라고 비판했다. 또 사회를 맡은 지하드 씨는 "세계에서 월드컵을 보기 위해 오는 손님들을 환영하면서, 한국 정부는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여기 있는 우리들더러 나가라고 한다"며 꼬집었다. 베트남에서 온 이주노동자는 "더이상 불법으로 살고 싶지도, 도망가고 싶지도 않다"며 "우리들의 권리를 스스로 찾아나갈 것"이고 역설했다.
평등노조 이주지부의 말리 국제연대부장은 "캐나다, 방글라데시, 몽고, 네덜란드, 홍콩 등 다른 나라들에서도 이주노동자 단체와 인권단체들이 한국 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김대중 대통령 앞으로 이주노동자에 대한 탄압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며 "이제 한국 내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은 세계적 운동과 연결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단속 추방 중단 △노동비자 발급 △노동3권 보장 △집회․시위의 자유 보장 등을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 이어 이들은 명동 일대를 행진하며 이주노동자들의 요구를 시민들에게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