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10여명 재판 끝날 때까지 노상구금
19일 오후 1시 45분 경 서울동부지원 앞.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오태양 씨의 첫 공판을 방청하기 위해 법원에 들어가려는 10여 명의 대학생들이 전투경찰대원들에 의해 출입을 저지당했다. 상관의 지시를 받은 전투경찰대원들은 학생들을 도로 한편으로 밀어붙인 뒤 사방을 둘러싼 채 학생들을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재판을 방청하러 온 사람을 이렇게 막는 법이 어디 있냐"며 학생들이 격하게 항의했지만, 이종대 전투경찰대 중대장, 김수남 동부경찰서 경비과장 등 현장 지휘자들은 팔짱만 낀 채 지켜볼 따름이었다. 법원출입을 막는 경찰측의 입장은 "좀 전에 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다 해산한 학생들이 다시 법원으로 몰려왔고, 그들이 법정에서도 소란을 부릴 것이 예상되므로 출입시킬 수 없다. 지금 모여 있는 것도 불법시위를 하는 것이다"는 것. 이날 학생들에 대한 출입통제는 법원의 요청에 따른 것이 아니라, 경찰의 자의적 해석에 따른 결정이었다.
10여분 이상 시간이 흐르면서, 학생들은 '재판방청을 막지 말라'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경찰에 떠밀린 끝에 원치 않던 시위를 벌이게 된 것이다. 지켜보던 한 사복형사는 "학생들을 계속 '고착'해두다가 해산하지 않으면 '연행'하라"는 지시를 무전기로 전달했다. '연행' 사유는 '불법집회'를 열었다는 것. 결국 재판을 방청하러 온 학생들을 노상감금하고, 거기에 항의하는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면 그것을 빌미 삼아 '불법시위 개최' 혐의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1시간 뒤 재판이 끝났다는 소식을 듣게 된 학생들은 경찰측에 "돌아갈 테니, 길을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종대 전투경찰대 중대장은 "나는 모르는 일이다. 답변할 책임이 없다"며 입을 열지 않았다. 재판을 마치고 나온 오태양씨의 변호인단과 사회단체 활동가들도 학생들을 돌려보낼 것을 요구했으나, 경찰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로부터 20여분 후 김수남 동부경찰서 경비과장이 메가폰을 들고 나타났다. "여러분을 돌려보낼 테니, 앞으로는 불법시위를 하지 마십시오…." 마치 선처를 베푼다는 듯한 경찰의 말에 학생들 사이에선 "도대체 누가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냐"는 항의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재판방청 기회를 앗아간 경찰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해산했다.
한편, 오후 2시부터 동부지원 형사2단독(김정숙 판사) 심리로 진행된 공판에서는 검찰과 변호인 신문이 진행됐다. 김정숙 판사는 서울지법남부지원에서 신청한 병역법 위헌제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공판을 미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