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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먹지 못하면, 약이 아니다"

백혈병 환자들, 노바티스 앞 항의농성


"먹을 수 없는 약은 약이 아니다."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을 두고 쏟아낸 백혈병 환자들의 절규였다. 27일 오후 1시경 백혈병 환자들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50여 명은 한국노바티스(주)(아래 노바티스) 사장실 앞 복도를 점거하고, 글리벡 약가인하를 주장하며 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노바티스는 글리벡을 독점적으로 생산․공급하는 곳.

환자들과 활동가들은 사설경호원들의 저지를 헤치고 전자잠금장치로 굳게 닫힌 유리문을 거세게 흔들며 사장실 진입을 시도했다. 거친 몸싸움에 때때로 비명이 터져 나왔고, 노바티스를 향한 고성은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아수라장이길 1시간.

하지만 더 이상의 투쟁은 환자들에게 무리라는 판단 아래, 이들은 이날 투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끝내 사장과의 면담을 이루지 못한 환자들과 활동가들은 '래커'로 자신들의 주장을 노바티스 유리문에 남겼다. "약가인하", "이윤보다 생명", "먹지 못하면 약이 아니다"...

이날 상황을 악화시킨 원인은 노바티스 쪽에서 제공했다. 12시경 사장과 면담하기 위해 노바티스 건물을 방문한 환자들과 활동가들은 먼저 건물 로비에서 사설경호원들에 의해 가로막혔다. 사설경호원들은 '환자들하고만 면담하겠다'는 사장의 이야기를 전하며, 활동가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심지어 기자들조차 취재를 거부당했다.

이에 환자들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기자단과의 동행을 주장했고, 활동가들은 즉석집회를 열어 규탄발언을 했다. 이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최인순 부회장은 사장실로 올라가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을 보고, "어려운 몸을 이끌고 이렇게 나온 환자들에게 힘이 못돼 정말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건물 로비에서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 이들은 계단을 통해 기습적으로 사장실까지 올라갔다. 사장실은 그 건물 16층. 기자들도 물론 16층까지 걸어올라 가야 했다. 환자들과 활동가들 모두가 사장실 앞으로 몰려들자, 노바티스는 '전원 면담은 불가능하다'며 대표단 구성을 요구했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환자, 활동가, 기자 등이 포함된 9명의 대표단이 구성됐다. 그러자 이번에는 노바티스가 '회사에 사장이 없다'며 면담이 불가함을 통보했다. 이때부터 환자들과 활동가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앞서 11시경 이들은 노바티스 건물 앞에서 '살인기업 노바티스에 대한 글리벡 약가 인하 요구 환자․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정범 대표는 기자회견문에서 "(공적자금 투입, 세금혜택 등) 공공적 도움을 통해 노바티스는 전세계 글리벡 시판 8개월만에 투자비를 모두 회수했"다며, 신약개발비 등으로 약가 인하가 어렵다는 노바티스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 대표는 또 "브라질에서는 정부와 노바티스가 협상을 통해 작년 9월에 6개월간 무상공급과 글리벡 1캡슐당 16,000원에 합의"한 사실을 거론하며,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현재 노바티스는 글리벡 1캡슐당 2만3천45원을 고집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하루 4캡슐 기준으로 환자 1명당 약가는 월 2백76만원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