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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의문사 진상규명, 이대로 끝나선 안 된다


천신만고 끝에 시작된 의문사 진상규명 작업이 미완의 청산작업으로 끝나버릴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의문사위원회에 접수된 83건의 사건 가운데 고작 26건만 조사가 완료된 상태에서, 9월 중순이면 위원회 조사활동의 법적 시한이 만료되기 때문이다. 현재 미제사건이 70%에 달한다는 것은 위원회의 업무태만이나 직무유기 탓이 아니다. 수구기득권세력들의 완강한 저항과 그에 비해 보잘것없는 위원회의 권한 때문에 애초부터 온전한 진상규명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헛꿈이었다.

군·검찰·국정원 등 핵심권력기관들은 "대한민국이 거꾸러져도 안 된다"는 필사적인 자세로 위원회의 조사에 저항했고, 현직 국회의원 정형근·최연희·유흥수, 현직 검사 정윤기·최광태·명동성 등 관련 인물들 역시 위원회의 소환이나 동행명령장에 콧방귀를 뀔 뿐이었다. 어둠 속에 자라나 지금도 승승장구하는 세력들의 저항을 예상 못한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에 대해 고작 '과태료'나 부과할 수밖에 없는 권한을 가지고 위원회가 어찌 소임을 다할 수 있었겠는가? 80년대 녹화사업과 그 희생자들의 진실을 담아둔 자료들을 소각하고 잠적한 전 보안사 과장에 대해서도 위원회는 자진출두를 '구걸'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제라도 위원회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고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미룰 수 없는 현안이다. 압수·수색 영장 신청 등의 권한을 갖는 특별검사를 위원회에 두고, 위원회 활동을 방해하거나 조사에 불응하는 당사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권한을 부여하지 않은 채 조사기간만 연장할 경우, 100년을 조사해 본들 감춰진 'X파일'은 찾아낼 수 없다. 범죄 관련자들에 대한 공소시효 배제도 명문화해야 한다. 그들이 진실 앞에 입을 막는 까닭은 '처벌'을 두려워해서라기보다, '기소'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서이기 때문이다.

의문사 진상규명 작업은 단지 유가족들의 한을 달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과거 국가권력이 저지른 잘못을 인적·제도적으로 청산하기 위한 역사적 과업의 출발이다. 이제 남은 시한은 보름. 어렵게 시작한 정의로운 작업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