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인 박래군 인권활동가가 구속됐다. 세월호 참사 1주기 기간 열린 추모집회에 대해 경찰은 집시법 위반, 일반교통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를 들며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리고 지난 16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서울중앙지법 이승규 영장전담판사는 박래군 활동가의 구속을 결정하였다. 영장실질심사를 마칠 무렵 그에게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정치적인 것으로 이해 말라’ 했다는 판사의 말은, 세월호 가족들의 곁을 지키며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요구하는 것이 ‘불법’이고 ‘범죄’라는 공안당국의 꼭두각시로 사법부가 전락했다고 스스로 고백한 것과 같다.
가족을 잃은 아픔을 보듬을 새 없이 진상규명을 위해,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9명의 미수습 희생자들을 애타는 마음으로 기다리며, 그리고 이러한 아픔이 더는 없도록 안전사회를 만들자는 간절함으로 세월호 가족들은 1년을 훌쩍 넘긴 시간을 버텨오고 있다. 작년 4월 팽목항에서 터질 것 같은 가슴을 부여잡고 청와대로 가야겠다는 가족들을 진도대교에서 막아선 경찰은 이제 조금의 주춤거림도 없이 가족들 앞을 가로막는다. 참사 1주기를 맞으며 가장 아픈 시기를 가족들은 거리에서 보내야 했다. 추모집회를 봉쇄하고, 헌화하러 가는 걸음들을 철벽처럼 막아선 공권력은 최루액 섞은 물대포와 캡사이신 분사기를 거침없이 쏘아대며 가족들과 세월호 참사를 함께 겪어온 시민들을 향해 노골적으로 적대를 드러냈다. 한편, 미적지근한 태도로 일관하다 참사 1주기에 맞춰 ‘쇼’처럼 팽목항을 찾아 세월호를 인양하겠다고 밝힌 대통령은 세월호 특별법을 무력화시키는 쓰레기 시행령을 밀어붙였고, 지금껏 정부는 특별조사위원회에 예산 지급을 미루며 의도적으로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있다.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던 무능한 정부는 애도할 권리를 막아서고 진실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탄압하는 데는 능수능란하다. 공안총리 황교안 씨 취임 첫날인 6월 19일 4.16연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것에 이어 불법집회 ‘주동자’로 표적 삼아 박래군 활동가를 구속한 것은 세월호를 지우고자 하는 저들의 의지이다.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성원으로서 슬픔에 공명하며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다짐, 피해자뿐 아니라 세월호 참사를 함께 겪은 우리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기초로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행동이 꺾이길 바라는 것이다. 이것은 곧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면 안 된다는 저들의 두려움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의 사회는 달라져야 한다는 우리들의 각성과 실천이 저들은 두려운 것이다.
박래군 활동가의 구속 결정이 있던 날, 대법원은 대선개입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유죄를 선고한 고등법원의 판결을 뒤집었다. 국정원의 불법사찰 논란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논란이 일 때마다 외면하고 발뺌하면서 국가권력은 국민을 통제의 대상으로 길들이려고 한다. ‘주동자’ 구속으로 세월호 싸움이 결박될 것이라 기대한다면 잘못된 기대임이 분명하다. 세월호 참사를 함께 겪으며 진실을 향해 끈질기게 목소리와 행동을 이어갈 우리 모두가 바로 세월호 이후 다른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저항의 ‘주동자’이기 때문이다. 국민을 저버린 정부의 끝이 어떠했는지 수많은 저항의 역사가 말해준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우리의 몸과 마음에 새겨진 인권의 목록들이 있다. 애도하고 기억할 권리, 진실을 알 권리, 분노하고 행동할 권리... 그 권리들이 지금 여기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더더욱 모이고 모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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