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농성 한달…서울시, 발산역 사고 침묵일관
11일 낮 2시 시청역 1호선. 장애인이동권연대(공동대표 박경석 등, 아래 이동권연대) 소속 중증장애인 10여명이 열차가 떠난 선로 위를 점거했다. 이들은 선로 중앙에서 일렬로 늘어선 후 3인 1조로 철제 사다리를 머리에 얹고 쇠사슬로 온몸을 고정했다. 그리고 '발산역 사고'에 대해 서울시의 공개사과를 촉구했다. 대열 앞에서 이동권연대 박현 조직국장은 "어차피 리프트 타다 떨어져 죽을 바에야 이렇게라도 하는 것이 낫다"라고 절규했다.
같은 시간, 비장애인 50여명은 승강장 위에서 '장애인 이동권 확보', '서울시 공개사과' 등을 외치며, 투쟁에 동참했다. 몇몇 비장애인들은 선로로 내려가, "서울시는 공개사과 하라"라는 플랭카드를 펼쳤다. 이때 전역에서 출발한 열차가 시청역에 모습을 보이며 플랭카드 앞까지 바짝 다가와 멈췄다. "빵, 빵!" 신경질적인 경적 소리도 이들의 절절한 외침을 멈추진 못했다.
"작년 오이도역 추락사고 때부터 국무총리 면담도 신청하고, 재판도 걸어보고, 시장 면담도 요청했다. 지하철을 이용하며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많은 방법을 동원해 봤지만, 누구 한 명 책임 있는 답변이나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번 발산역 사고 때도, 4개월 동안 30여 차례나 고장난 기계를 갖고, 장애인 실수 때문이라고만 한다." 박현 조직국장은 울분을 터트렸다.
중증장애인 문명동 씨는 "장애인 누구나 리프트 타다 죽을 수 있다. 남의 얘기가 아니라서 (이 투쟁에) 참가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의 발산역 참사 공개사과를 받아야겠다"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문씨는 장애인 전용 콜택시 도입 등 그 동안 서울시가 내놓은 이동권 대책에 대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지 '장애인 전용' 딱지 붙은 건 필요 없다고 말했다.
문씨는 선로 점거에 대해 "시민들한텐 죄송할 따름"이라면서 "그간 장애인들이 집안에 쳐 박혀 살면서 교육권·노동권 등 기본적 권리를 못 누리고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이해를 구했다.
한편, 경찰들의 연행 '작전'은 2시 40분경 개시됐다. 먼저 경찰들은 승강장 위에서 농성 중인 비장애인들을 에워싸고, 장애인들의 투쟁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현장에서 멀리 이동시켰다. 장애인들만 남은 선로에서 경찰들은 절단기로 쇠사슬을 끊고 장애인 한 명 한 명을 들것에 실어 대열을 해산했다. 이후 승강장에 남아있던 비장애인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했다. 1시간 넘게 열차운행을 멈추면서까지 장애인 이동권의 현실을 호소할 수밖에 없었던 장애인들의 투쟁은 이렇게 제압됐다.
이동권연대는 이날 투쟁에 참가했던 76명 전원이 연행됐으며, 이 과정에서 중증장애인 김창민 씨가 경찰에 구타당해 강북 삼성병원으로 후송된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이동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는 이날로 단식 31일째를 맞았다. 서울시는 이동권연대의 요구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