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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권교육을 찾는 사람들 ①

인권교육을 위한 교사모임


편집자주>
'인권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많이 있었지만, 우리 사회에서 어떤 구체적인 실천이 있는지 점검해볼 기회는 없었다. 인권의식은 배우지 않아도 터득되는 것일까? 후속활동을 뛰어넘어 예방 차원의 인권운동은 가능하지 않은 것일까? 인권교육이 필요하다면 어떤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배워야 하는 것일까? 이런 물음을 안고 <인권하루소식>은 우리사회 곳곳에서 '인권교육'의 길을 찾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보려 한다.

"아이들 또한 존엄한 인간이라 여긴다면 그들에게도 인간으로서 실현해야 할 가치와 누려야 할 권리가 있음은 당연하다. 이런 생각을 늘 하고 있더라도 학교라는 문턱을 넘으면 생각과는 딴판인 세계가 펼쳐진다. 어리다는 이유로 너무나도 당연하게 무시되는 그들의 인권! 나는 인권이 뭔지 잘 알지 못하지만 감으로나마 아이들의 인권이 눌려 있는 구석을 찾아보련다. 바로 거기서 아이들의 인권이란 텃밭이 일궈질 거란 믿음으로"(인권교육을 위한 교사모임 회원의 글 중에서)

혜화동의 한 카페에서 토론에 푹 빠져있는 젊은 얼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매주 모임을 갖고 있는 '인권교육을 위한 교사모임(아래 인권교사모임)'의 회원들이었다. 20여명의 초등학교 교사들로 구성된 인권교사모임은 98년 인권교육에 열렬히 빠져든 한 선생님의 제안으로 시작된 후 99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인권교과서 시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재량활동시간이나 인권 항목과 통합이 가능한 교과 시간을 활용하여 교육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중점을 두고, 교사용 지침서 제작, 학급운영에서의 인권교육 등에 대해 고민해왔다. 이들이 꼬박 2년 동안 매달려 만들어낸 초등학교 5-6학년 아이들을 위한 인권교육 교사용 지도서가 출판을 눈앞에 두고있다.

"인권교육이란 획일화에 저항하는 정신이 아닐까요? 도덕교육은 '다같이 착하게 성실하게 열심히'를 가르치지만 인권교육의 학습목표는 달라요"

"아이들을 존중하면서 (인권교육을) 해야 익히는 것 같아요. 아이들 수가 많아 어쩔 수 없이 소리지르게 될 때, 수업을 목표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목적과 존중 사이에서 압박감을 느껴요"

인권교사모임이 빛나는 이유는 그들이 만든 프로그램이 책상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교실에서 직접 학생들과 실천한 경험의 기록이라는데 있다. 이들의 경험을 들어보면 인권교육이 '존중' 속에 이뤄져야 하고, 참여자의 경험을 끌어내는 참여적 방식이어야 한다는 교과서적 얘기가 현실이 된다.

"아이들이 '다음 시간이 뭐예요'라고 물을 때 '인권 수업 해'하면 '와'하고 좋아하고, 사정상 못한다고 하면 서운해할 때 기분이 좋아요"

"'나의 권리', '사람이 갖는 권리'라는 내용에 아이들이 참신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착해야 한다, 잘 들어야 한다 등 의무에 대한 스트레스에 젖은 아이들에게 꼭 그건 아니다라는 것을 드러낼 수 있는 수업이예요"

"머리를 때리려고 했더니 '스탑(stop), 인권교사가 때릴려고 한다'라고 했을 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아이들이 너무 얘기를 하고 싶어해요. 심지어 울기도 했어요. 33명 중 25명이 자기 얘기를 한 경험도 있어요. 선생님과 친구들이 '자기 경험과 생각'을 얘기하니까 좋아하는 것 같았어요"

개별교실에서 인권교육을 하는 것에 대한 학교측의 특별한 제재는 없었으나, 뭔가 공개적으로 추진하려 할 때는 그렇지만도 않았다. 인권교육이 '너무 좌파적이지 않냐'면서 공개수업을 못하게 하고, 인권교육반 동아리활동도 안된 것이 그 예이다.

정부가 인권교육을 공교육에 도입하려는 시도에 대해 반길법한 이들이지만 이렇게 당부하고 있다. "천천히 했으면 좋겠다. 짧은 기간에 물량 투여로 하지 말자, 더 많이 준비하고 모색해야 한다" "인권교육을 해온 사람들의 경험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하달식이 아니라 교사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한다".

고학년용 교과서를 끝내고 숨돌릴 틈 없이 인권교사모임은 저학년용을 만들고 있고, 여러 분과 별로 활발한 연구작업을 하고 있다. 활동내용은 인권교사모임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www.inkwonedu.x-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