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3대악법 강행 시 총파업 결의
끓어오르는 민중들의 분노와 투쟁열기에 초겨울의 기운도 무색해지고 있다. 31일 오후 국회의사당이 바라보이는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과 국민은행 앞 인도에선 전국농민회총연맹과 민주노총이 각각 집회를 열어, 30만 농민항쟁과 총파업투쟁을 선언하는 등 강력한 투쟁의지를 다졌다.
농민들은 오후 1시부터 '전국 이장단 기자회견'과 '농민대항쟁 투쟁선포식'을 잇따라 열고, 한국·칠레 자유무역협정의 체결과 2004년 쌀 수입개방 현실화에 대한 분노를 토해냈다. 농민들은 "자유무역협정의 체결은 농업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며, 정부가 2004년 WTO재협상을 앞두고 이미 쌀 개방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농민회 회원이 아닌 마을 이장들을 중심으로 기자회견이 열린 것은 이례적인 일로, 농촌현장의 위기감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다. 지난 8월부터 조직되고 있는 이장단 투쟁선언에는 현재까지 전국 67개 시군의 이장 6천6백94명이 참여했다. 선언에 참여한 평택 팽성읍의 김덕인 씨는 "정부의 공문이나 전달하던 입장이 아니라, 이제는 농촌과 주민들의 권익을 지켜내기 위해 이장들이 앞장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씨를 비롯해 제주도 등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50여명의 이장들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농민들의 투쟁은 13일 서울로 집중될 예정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아래 전농)은 13일 여의도에서 30만 농민이 참여하는 대규모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전농은 국민들에게 "30만이 집결하는 만큼, 당일 고속도로 이용과 여의도 일대 차량진입을 자제해 줄 것"을 호소했다. 강기갑 전농경남도연맹 의장은 "마늘협상에 이어 자유무역협정마저 체결하는 등 자본주의적 잣대로 농업을 내팽개치는 정권과 정치권은 도저히 믿고 따를 수 없다"며 "절망에 찬 농민들의 분노가 어떻게 표출될 지 지켜 보라"고 경고했다.
한편 전농 관계자는 "여주에서 3천명의 농민이 대회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자, 경찰이 참가자 수를 1/3로 줄일 것을 강요했다"며 "경찰의 대회 방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농민들의 집회가 끝날 무렵 도로 맞은 편에선 1천명 가까운 노동자들이 모인 가운데, 민주노총의 투쟁결의대회가 열렸다. 근로기준법 개정안·공무원조합법안·경제특구법안의 폐기를 주장해 온 민주노총은 "한나라와 민주당이 3개 법안을 처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표명할 것"을 촉구하며 "4일까지 입장표명이 없거나 법안 강행처리 의사를 밝힐 경우 5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10만명 이상이 파업에 참여할 것이라 밝혔으며 공무원노조도 이미 7만명이 파업결의를 마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