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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미군의 ‘합법적’ 살인을 용납할 수 없다

여중생 2명을 죽이고도 ‘공무중 사건, 사고’라는 이유로 가해자가 가해자를 심판했다. 미군 궤도차량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건과 관련해 미군 법정이 관제병에게 무죄 평결을 내린 것이다. ‘소파(한미주둔군지위협정, SOFA)’란 것이 미국의 안락한 소파임이 다시금 드러났다. ‘합법적’ 살인을 저지르고 ‘합법적’으로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 미국의 정의임을 만천하에 과시한 것이다.

미국은 해마다 5백여건의 주한미군 범죄가 발생해도 ‘공무집행’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안전한 자기네 법정으로 범죄자를 모셔갔다. 지난해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범죄에 대해 재판권을 행사한 비율은 7%에 불과하다. 살인을 저질러도 간단히 면죄부를 발부 받을 수 있는 소파의 탯줄을 자르지 않고서야 한국민은 다리 뻗고 잠들 수 없을 것이다.

피눈물을 흘리는 것이 어디 우리뿐이랴. 미국의 오만은 전세계를 자기 안방으로 삼고 있다. 국제인권법 및 국제인도법 상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개인에게 사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국제형사재판소 설립에 찬물을 끼얹고 위상을 무력화하는데 갖은 책략을 발휘해온 것이 미국이다. 미국은 지난 5월 국제형사재판소 규정의 서명을 철회한데 이어 각국에게 자국민에 대한 로마규정 기소면책특권협정을 체결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미국이 각 나라들과 면책특권협정을 체결하게 되면, 피해국은 미국인 범죄 혐의자의 신병을 재판소에 인도하지 못하게 된다. 합법적으로 인권침해자에 대한 불처벌을 허용하는 것이다. 이는 불처벌에 대한 오랜 투쟁의 산물인 국제형사재판소의 설립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더구나 주요 국가들에게 군사지원 중단이라는 협박수단으로 협정 체결을 강요하는 것은 심각한 주권침해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은 한국정부에게도 이미 지난 7월 기소면책특권협정체결을 제안했다. 로마규정을 비준한 한국정부와 협정을 맺어, 미군범죄에 대한 지금의 불평등한 재판관할권을 강화시켜 가겠다는 것이다. 한술 더 떠 ‘살인’의 공범이 되자고 한다. 미국의 이라크전 동참과 지원 요청은 살인에 대한 강요일 뿐이다.

한국 정부와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소파 개정과 재판권 이양, 면책특권협정 거부, 미국의 살인 전쟁 거부’를 단호하게 밝혀야 한다. 죄 없이 죽어간 어린 영혼에게 우리가 바칠 것은 ‘정의’ 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