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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권보다 교정교화가 우선

법무부, 여호와의 증인 종교집회 또 불허

최근 법무부가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교정시설 내 여호와의 증인 수형자들에 대한 오랜 종교적 차별 관행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0일, 법무부는 "여호와의 증인 수형자들에게만 종교집회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과 종교의 자유 침해"라며 여호와의 증인에게 종교집회를 허용하라는 인권위의 권고<본지 2002년 10월 24일자 참고> 에 대해 "이행불가" 방침을 통보했다.

법무부는 인권위에 보낸 답변서에서 "여호와의 증인은 특유한 종교교리를 이유로 병역의무를 기피하는 등 실정법을 위반하고 있"으므로, "그들에게 신앙심을 더욱 두텁게 하는 종교집회를 허용하는 것은 실정법 위반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이라며 불이행 사유를 밝혔다. 또 "여호와의 증인은 교리에 따라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하고 병역의무를 기피하고 있는 사실 등을 고려할 때, 건전한 국가관 및 국민정서에 반하는 종교단체로 볼 여지가 있다"면서, 여호와의 증인 '종교 자체'를 문제삼았다.

특히 이 답변서는 '헌법상의 종교의 자유가 교정교화라는 교정시설의 특수 목적에 종속된다'는 낮은 인식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법무부는 "여호와의 증인의 종교집회를 불허하는 것은 교정교화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합리적 근거'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석태 변호사는 "여호와의 증인 수용자들은 수용생활을 하는 것으로 이미 실정법을 위반한 처벌을 받고 있다"며, "개인의 종교적 신념을 교정교화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거나 교정시설 내의 질서를 해치지 않는 한 종교행사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법무부가 여호와의 증인의 '교리'를 문제삼아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법무부가 교정시설의 장에게 종교의 자유를 자의적으로 침해할 수 있는 재량권을 허용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법무부는 지난해 1월부터 교정시설의 장이 '국가관 및 국민정서에 반하지 않는 종교단체에 한해서만 종교활동을 허가'하도록 하는 예규를 마련, 시행해 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국민정서에 부합하는지를 잣대로 종교활동의 허용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종교의 자유와 차별금지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도 "이번 결정은 수형자의 실정법 위반과 종교의 자유도 구분하지 못하는 법무부의 반인권적인 의식을 여실히 증명하는 것"이라며, "종교집회 불허 방침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법무부가 이러한 비판을 어떻게 수용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