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실태보고서 펴내…보안관찰법 폐지·개정 주장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보안관찰법의 위헌적 성격과 그에 따른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인정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번 보고서는 사회안전법의 후신으로 등장한 이래, 오랫동안 국내외 인권단체들과 유엔인권기구로부터 사상·양심의 자유를 옥죄는 대표적인 악법으로 비판받아 온 보안관찰법의 반인권성을 국가 차원에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10일 인권위가 공개한 {보안관찰대상자 인권침해 실태} 보고서는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간 피보안관찰자, 처분대상자 등 보안관찰대상자 50명에 대한 심층면접조사 결과를 담은 것으로, '현행 보안관찰법에 따른 보안관찰제도가 헌법과 국제인권규약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제도를 운용하는 과정에서도 광범위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이다.
'창살없는 감옥'으로도 불리는 보안관찰제도는 국가보안법 등의 위반으로 3년이상의 금고 또는 징역을 선고받은 사상범들 가운데, 법무부장관이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한 자에게 2년간의 보안관찰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한 제도로서, 이 처분기간은 무제한 갱신이 가능하다.
인권위는 이 보안관찰제도가 "이미 처벌받은 사람에게 '재범의 위험성'이라는 내심을 추정하여 불이익을 가함으로써 헌법상 사상·양심의 자유와 이중처벌금지원칙을 침해하는 한편, 합리적 이유없이 다른 출소자들과 차별하여 '평등권'까지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보안관찰처분이 법원이 아닌 법무부장관의 결정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헌법상 적법절차의 권리와 법관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시민·정치적권리에관한국제규약에도 위배된다"고 못박았다.
또한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보안관찰대상자들은 출소 직후부터 경찰의 신고압력과 과도한 동태파악으로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안관찰처분의 기준이 되는 '재범의 위험성'도 △준법정신이 희박하다 △이혼후 재혼하지 않고 있다 △무죄를 주장하며 재심청구를 제기했다 △활동능력이 왕성하다 등 자의적 기준에 따라 판단됨으로써, 결정사유 자체가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등을 침해하고 이중처벌에 해당한다는 것이 인권위의 판단이다.
이러한 내용은 '보안관찰철폐모임'을 비롯한 많은 인권단체들과 보안관찰처분 피해자들이 토론회나 각종 보고서 등을 통해 지적해 온 바와 일치한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보안관찰법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근본적 침해를 통해서만 그 목적을 달성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서 폐지되어야 마땅하다"고 결론지은 다음, 폐지에 우선하여 △보안관찰 처분 사유의 명확화 △법원을 통한 처분 결정 △피보안관찰자의 신고 의무 폐지 △보안관찰 기간의 제한 △자의적 적용이 가능한 재범방지조치 조항의 삭제 등의 개선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는 보안관찰의 전반적 현황과 전체 보안관찰대상자에 대한 조사, 89년 제정 이래의 악용 실태, 보안관찰법에 대한 각계의 의견 등 법 자체에 대한 심도깊은 연구는 이루어지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보안관찰제도의 위헌적·반인권적 성격을 인정한 이번 인권위의 판단이 실질적인 법·제도 개선 권고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