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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우리 아이들이 겪는 '전쟁'에도 'No'라고 말하자


지난 26일 밤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를 덮친 화마로 8명의 어린 생명이 목숨을 잃었고, 앞으로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참사를 보며 한달 전 대구 지하철 참사, 곧이어 99년 유치원생 19명의 생명을 앗아간 화성 씨랜드 수련원 참사를 떠올리며 가슴이 내려앉았을 것이다. 얼마전 한 신문에서 우리 사회를 충격에 몰아넣은 대형참사 가운데 재발가능성이 가장 높은 참사 유형으로 '씨랜드 화재'를 꼽은 적 있었는데, 우리는 지금 그 '예언'이 얼마나 과학적이었는가를 참담한 심정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그토록 많은 희생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일상을 구성하고 있는 시설들, 특히 아이들이 자주 이용하는 수련시설이나 학교시설 등이 여전히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현실은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마저도 부와 권력에 따라 불평등하게 향유되고 있음을, 특히 우리 사회에서 아무런 힘도, 사회적 지위도 갖지 못한 아이들의 안전은 항상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음을 뼈아프게 일깨워준다. "청와대, 국회의사당에 불 났다는 소리는 한번도 들어보질 못했다"는 한 시민의 한탄이 가슴을 울리고, 사건이 터진 이후에야 부랴부랴 요란한 땜질 처방을 내놓는 정부가 못미더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나아가 이번 참사가 성적 지상주의와 엘리트 육성에만 목매다는 학원 스포츠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되었다는 점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지금 많은 어린 선수들이 가혹한 훈련과 열악한 숙소에서의 합숙을 강요당하며 '운동기계'로 전락해가고 있다. 학교와 지도자들은 오로지 대회 '입상'만을 목표로 이들을 과열경쟁으로 내몰고 있으며, 심지어 거리낌없이 폭력을 행사하고 수업권까지 박탈하고 있다. 그럼에도 어린 선수들은 상급학교 진학 때문에 제대로 항변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라크의 하늘 아래 있는 아이들이 미·영 연합군의 무차별 공격으로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가고 있다면, 지금 이 땅의 아이들은 또 다른 '전쟁'을 치르며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아이들을 '씨랜드의 악몽' 속에 가둬두지 말자. 더 이상 아이들을 또 다른 '전쟁'의 희생양으로 내몰지 말자. 건강하고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는 권리,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권리를 아이들에게 돌려주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구조와 교육현장, 자원의 배분 순위를 총체적으로 바꾸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