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보호감호 개선안 발표…"단식 무마용 미봉책" 반발
청송보호감호소 피감호자의 단식농성이 7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법무부가 보호감호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법무부의 방안은 보호감호제도의 본질적 문제점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피보호감호자들의 처우 일부를 개선하는데 그쳐, 인권단체와 피감호자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법무부는 29일 '보호감호 혁신방안'이라는 이른바 '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이 담고 있는 내용은 △보호감호 업무를 교정국에서 보호국으로 이전 △출소자 사회복귀 지원시스템 강화 △가출소 기회 대폭 확대 △귀휴 및 사회견학 확대, 근로보상금 인상 △감호집행 기간 단축을 골자로 한 사회보호법 개정 추진 △대도시 인근지역에 소규모 보호감호시설 신설 등이다. 법무부는 이를 토대로 6월중 법무부 정책위원회의 논의와 각종 공청회 등의 과정을 거쳐 8월내 최종안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법무부의 안이 전혀 '획기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인권단체와 피감호자들은 분노와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감호소측을 통해 법무부 발표안을 전해 들었다는 피감호자 조모 씨는 사회보호법 폐지 공대위(아래 공대위)측에 전화연락을 취해 "법무부 안은 어떠한 해결책도 되지 못한다"며, "보호감호 폐지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단식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가출소한 김모 씨도 "지난해 단식투쟁 당시 감호소장이 약속한 내용을 보호국 차원에서 발표했다는 것 이외엔 특별히 달라진 게 없다"며 "이번 안은 사회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사회보호법 폐지 여론을 잠재우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26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공대위측도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박찬운 공대위 집행위원장은 "대도시 인근지역에 보호감호소를 신설하겠다는 내용 등으로 볼 때 이는 보호감호제도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발상"이라며 "보호감호로 인한 인권침해를 근절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보호감호의 전면 폐지 외엔 없다"고 밝혔다.
그나마 제출된 개선안의 실효성 여부도 의문을 낳고 있다. 김치성 원불교인권위 활동가는 "외견상으론 가출소를 확대하겠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가출소심사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사회보호위원회에 건의하겠다'는 정도에 불과하다. 귀휴 및 사회견학 확대 등의 처우 개선 방안 역시 구체적 내용이 없어 실행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비판했다.
29일 긴급회의를 가진 공대위는 오늘 법무부 방안에 대한 항의성명을 발표하고, 다음주 초 청송감호소 출소자들과의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출소자들의 사례발표와 감호자들의 현지발언이 소개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와 국회 쪽에선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2003년 중점과제로 사회보호법을 선정한 국가인권위는 29일까지 단 한 사람의 관계자도 청송을 방문하지 않았으며, 국회도 정치일정을 핑계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공대위는 30일 오전 국가인권위를 항의방문하고,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할 계획이다.
단식농성 일주일째를 맞은 29일 감호소측은 "지난 28일부터 매일 3∼4명의 단식농성자들이 의무실에서 링거주사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