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으로 벌써 네 번째다. 청송 피감호자들이 사회보호법 폐지를 요구하며 벌써 일주일째 집단단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보호법에 의한 보호감호제도의 악랄함을 바깥 세상에 고발하고자 사회로부터 철저히 격리돼있는 피감호자들이 택해야 했던 길이 바로 곡기를 끊어버리는 것이었을 게다.
사회보호법은 80년 국회도 아닌 일종의 '쿠데타 위원회'에서 제정된 후, 그간 이중처벌 등 인권유린을 합법화하는 근거 법률로 작용해 왔다. 이른바 '상습범'의 교육개선과 사회복귀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보호감호제도는 장기간 구금으로 인한 가족관계의 파탄과 사회부적응에 따른 재범 등으로 이미 실패한 정책으로 판명됐다. 그러기에 그간 인권단체들은 '사회보호법 폐지만이 대안'이라고 누차 강조해 왔다. 그러나 아직도 사회적 무관심 속에 사회보호법이라는 공룡은 거친 숨을 내뿜고 있다.
이번 집단단식은 이러한 절망적인 현실을 반영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도시 인근지역에 소규모 감호시설을 신설한다는 법무부의 '획기적'인 <보호감호 혁신방안>이 이들의 단식을 멈출 수 있으리란 건 순진하기 그지 없는 발상이다. 형태야 어떻든 보호감호제도가 존속하는 가운데 인권상황이 개선될 수 없다는 사실을 피감호자들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를 더 분노케 만드는 것은 법무부가 아니다. 보호감호제도의 주무부서인 법무부에 대한 기대를 접은 지는 오래됐다. 하지만 인권옹호기관인 국가인권위가 청송으로 달려가 피감호자들의 절규를 들어보기는커녕 지금까지 뒷짐만 쥐고 있다는 사실은 배신감마저 들게 한다. 더구나 국가인권위는 올해의 주요 인권과제로서 '사회보호법'을 선정하지 않았던가?
국회도 다를 바 없다. 여야 모두 권력다툼에만 혈안이 되어, 곡기를 끊은 채 인권침해를 호소하는 피감호자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사회보호법 폐지를 위한 법률안 발의는 차치하더라도, 진상조사 활동을 통해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는 일은 가능할 텐데, '표'가 되지 않으니 움직일 생각조차 않고 있다.
지금 청송의 피감호자들은 몸뚱아리 하나로 사회보호법의 야만을 고발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와 국회는 정녕 이들의 절규를 외면하고자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