펴낸 곳: 역사비평사/ 지은이: 이치바 준코/ 옮긴이: 이제수/ 2003년 8월/ 352쪽
한국인 원폭피해자가 살아왔던 20세기 백년동안의 역사를 기록한 단행본이 출간됐다. 이 책은 역사 속에서 잊혀진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의 지난한 삶을 채록하였을 뿐 아니라 일본정부를 향해 벌여온 이들의 피어린 투쟁 기록도 담고 있다. '한국의 히로시마'는 합천을 가리킨다. 오랫동안 한국인 원폭피해자 지원운동을 해왔던 저자는 당시 조선인 피폭자의 절반 가까이가 합천출신이라는 사실에 의문을 품고 이를 풀어나간다. 그 과정에서 일제 강점기 합천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했고 왜 일본으로 건너갈 수밖에 없었는지, 일본에서 어떤 삶을 영위했고 피폭 후에는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파헤친다.
피폭 후 일본에 남은 재일 조선인은 식민통치 기간과 마찬가지로 일본인과 동일한 구호를 받을 수 없었으며 일본정부에 의해 이루어진 피폭자 원호 대책에서도 배제되었다. 귀국한 한국인 역시 65년 한일기본협정을 명분으로 내세운 일본정부로부터 어떠한 배상도 받지 못했다. 그러나 67년 한국원폭피해자협회 결성을 시작으로 36년에 걸친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의 끈질긴 투쟁은 일본정부의 강고한 빗장을 조금씩 열어나가게 만든다. 2001년 6월 오사카 지방재판소는 '피폭자원호법의 평등 적용'을 요구한 곽기훈 씨 재판에서 일본을 떠난 제외 피폭자들에게도 피폭자 수당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피폭자는 어디에 있더라도 피폭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들에 대한 일본정부의 법적 책임을 분명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전체 피폭자 중 열의 하나는 재일 조선인이었다고 한다. 잊혀진 존재로 살아온 이들의 권리찾기는 평화를 싹틔우는 작은 씨앗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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