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온 살람·하이셈 씨 21일 귀국
찬바람에 온몸이 움츠러들던 20일 저녁 살람 씨와 하이셈 씨를 거리에서 만났다. 파병연장동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국회 앞에서 농성하고 있는 전범민중재판 실행위원회가 설치한 천막에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어두웠다. "마치 이라크에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살람 씨의 표정은 조금 굳어 있었다.
살람 씨와 하이셈 씨는 부시·블레어·노무현 전범민중재판에 전쟁 피해 당사자로서 증언하기 위해 지난 11월 30일 입국했다. 이후 서울을 비롯한 대구, 전주, 광주 등 5개 지역을 돌며 진행된 '이라크 전쟁 피해자 증언대회'에 참가했고 7일부터 시작된 전범민중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라크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했다. 재판이 끝난 후에도 국내 평화단체와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이들의 활동은 계속됐다. 14일 살람 씨와 하이셈 씨는 '평화배움터' 설립 간담회에 참가했다. 평화배움터는 이라크 어린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기 위한 교육 공간으로, 살람 씨가 활동하고 있는 아동인권단체인 '국경없는 아이들'과 국내 평화단체인 '평화바닥'이 함께 준비하고 있다. 미국이 종전을 선언한 지 2년이 다 되어가지만, 이라크의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고 이라크 아이들은 여전히 배움의 기회를 갖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중 특히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팔루자와 사드르 지역 중 한 곳에 평화배움터 설립이 준비되고 있다.
이들은 아이들과 함께 평화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15일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을 만나 '이라크'와 '평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아이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라크에서 온 손님들에게 "부시와 파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퍼붓기도 하고 '평화를 원해요'라는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다. 살람 씨가 전하는 이라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몇몇 아이들은 눈물을 흘렸고, 한 아이는 그에게 '축복'이라는 한국 이름을 지어주기도 했다. 그 자리에 함께 한 담임선생님은 "기대 이상의 평화수업"이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살람 씨와 하이셈 씨는 21일 전쟁이 한창 진행중인 이라크로 돌아갔다. 이들은 총성이 그치지 않는 상황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셈 씨는 의료지원을 계속할 것이고 살람 씨는 교육사업을 계속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라크인들은 해외에서 반전운동이 일어난다는 걸 잘 모른다"며 "한국의 반전운동을 이라크인들에게 알리는 일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이 참가한 '파병연장 반대' 촛불집회에서 살람 씨는 "비록 지금 우리는 작은 촛불을 들고 있지만 이 불은 머지 않아 커다란 태양이 될 것"이라고 희망을 메시지를 전했다. 커다란 태양이 비추는 날, 이라크에서도 한국에서도 앗살람 알라이쿰(그대에게 평화를)!